메르세데스 벤츠의 철학은 ‘완벽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철학을 갖고 있는 벤츠도 그동안 허점을 지닌 구석이 있었다. 바로 C클래스와 ML클래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영화 <주라기공원>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던 초대 ML은 벤츠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품질로 유저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그러나 ML은 지난 2006년에 새로운 모델로 체인지 됐으므로 벤츠의 남은 고민은 자연스럽게 C클래스가 됐다. C클래스가 포진한 시장은 사실 메이커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중형 클래스 이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요한 가늠쇠가 될 수 있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클래스의 최강자인 BMW 3시리즈 앞에서 기를 펼 수 없었던 C클래스는, 벤츠가 수많은 젊은 고객을 놓치게 만든 ‘미운 오리새끼’였다. 이런 상황을 수년째 지켜보던 벤츠가 내놓은 야심작이 신형 벤츠 C클래스(W204)다.
신형 C클래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커진 차체와 당당해진 엠블럼이다. 이 차는 다른 벤츠 모델과 마찬가지로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로 운영되는데, 아방가르드의 경우 세 꼭지 별 대형 엠블럼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박혀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그동안 SLK나 SL, CLK 등 벤츠의 고성능 쿠페/로드스터에만 사용하던 것이어서, 신형 C클래스에 거는 벤츠의 기대를 짐작케 한다.
외소해보였던 차체도 이제는 중형 클래스와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덕분에 실내도 옹색하지 않게 보이고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됐다. 바뀐 실내 디자인의 포인트는 깔끔하게 디자인된 대시보드와 팝업식 모니터로 요약된다. 시동을 건 후부터 바로 데이터가 입력되는 중앙 계기판에는 시동 후 주행시간과 주행거리, 연비,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평균 속도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자신의 차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어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오디오를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솟아오르는 팝업식 모니터는 운전자의 눈높이와 비슷해 시인성이 높다. 하나의 다이얼로 오디오와 공조장치, 내비게이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커맨드 시스템도 S클래스에 이어 적용됐다. 다만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해상도를 조절해야할 것 같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화면에 잡음이 생겨 지도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다양한 모델 중 국내에 수입되는 C클래스는 C200K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 C230 아방가르드와 C220 CDI(엘레강스/아방가르드) 등 다섯 가지다. 이 가운데 시승차로 만난 모델은 C200K 아방가르드다. 아방가르드는 편의장비가 디자인이 약간 고급스러울 뿐 성능 상에서는 엘레강스와 큰 차이가 없다.
1800cc 슈퍼차저 184마력 엔진을 얹은 C200K는 커진 차체에도 불구하고 빠른 몸놀림을 보여준다. 자동 5단 변속기와의 궁합도 훌륭해서 0→100km/h 8.8초라는 데이터 이상의 체감 가속력과 10.6km/ℓ의 연비를 보여준다. 이 정도의 성능은 동급에서 나무랄 데 없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렉서스 IS250에 비해서는 가속력과 연비 모두 뒤지는 수치다.
신형 C클래스에서 눈길을 끄는 ‘어질리티 컨트롤’은 벤츠가 추구하는 드라이빙의 지향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구형 C클래스에 비해 신형은 일상적인 주행조건에서 매우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급격한 코너링을 시도하면 차체의 균형을 꼿꼿이 유지하는 영특함도 보여준다. 많은 국내 운전자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세팅이지만, 기존 벤츠의 탄탄한 감각을 선호하던 이들에게는 낯선 느낌을 줄 수도 있을 듯하다.
신형 C클래스의 높아진 상품성은 국내 판매 개시 두 달 만에 1000대의 계약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로운 C클래스에 목말라하던 이들이 경쟁차들을 제치고 C클래스를 선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신형 C클래스의 가격은 엘레강스가 4천만원대(C200K 4690만원, C220 CDI 4890만원), 아방가르드가 5천만원대(C200K 5290만원, C230 5790만원, C220 CDI 4990만원)다. 4천만원 중반에서 시작하는 가격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벤츠의 품격을 제대로 누리려면 아방가르드 모델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아방가르드 모델을 구입하기에 벅차지만 C클래스를 꼭 소유하고 싶다면 C220 CDI도 괜찮은 선택이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의 선구자답게 12.9km/ℓ라는 꽤 괜찮은 연비와 함께 C200K보다 빠른 가속력(0→100km/h 가속 8.4초)을 선사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신형 C클래스는 분명히 구형보다 매력적인 모델로 탈바꿈했다. 가격을 낮추기는 했으나 여전히 매력적인 모델은 5천만원대라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C200K 아방가르드
레이아웃-------앞 엔진, 뒷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 직렬 4기통 1.8ℓ 슈퍼차저 엔진, 184마력/25.5kg·m 자동 5단
길이×너비×높이-4581×1770×1444mm
서스펜션 앞/뒤---3링크/멀티링크
타이어 앞, 뒤---모두 225/45R17
연비, 가격-------10.6km/ℓ, 5290만원
BEST------------벤츠의 명성에 걸맞은 품질
WORST-----------2% 부족한 가속력과 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