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사이에서는 ‘안전이별’이 화두로 떠오를 정도로 이별 후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 등 보복 범죄를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애정 싸움,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사소한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 2차 피해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현행법상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보호·지원 체계는 미흡한 상황이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의 경우 보호시설의 이용, 법률 및 의료지원을 법에 명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상담업무에 그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 성폭력을 수반하는 경우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지원받을 수 있고, 동거 등 사실혼 관계에서 폭력이 일어났을 때에는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청이 제출한 2017년 데이트 폭력 피해 유형을 보면 폭행·상해(73.6%), 체포·감금·협박(11.6%), 살인·살인 미수(0.59%), 성폭력(1.5%), 경범 등 기타(12.6%)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데이트 폭력은 폭행·상해를 수반하고 있으며, 성폭력을 동반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인 점으로 미뤄 볼 때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해자에게는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에게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실효성 있는 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1일 ‘데이트 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든든한 5명의 청년 제안자가 함께했다. 이들은 올 6월 시민 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을 통해 1164명의 참여를 이끌어 내 데이트 폭력 제정법을 청원했다.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트 폭력’ 문제를 다루게 된 제안자들은 ‘여성긴급전화1366’이 적힌 보라색 리본을 직접 제작해 나누어 주는 등 캠페인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들의 의지에 화답해 의원 입법 매칭을 수락하면서 본격적으로 입법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더 촘촘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중히 접근했다. 법안 준비과정에서 제안자들과 소통해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다소 보수적 입장인 부처의 태도에 낙심하기도 했지만 국회 입법조사처, 법제처의 의견을 구해 가며 제정법안의 완성도를 높여 갔다.
‘데이트폭력법’은 20대 국회에 발의된 여러 스토킹 관련 법안들과 달리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분리하는 형태로 발의했다. 현재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젠더 폭력과 관련된 법들이 가해자처벌법과 피해자보호법의 양분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을 참고했다. 피해자 보호법은 주로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있다 보니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을 통해 법제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대책은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란다. 또한 젠더폭력방지법 제정도 내년 말 이뤄질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전에 지원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데이트 폭력에 대응하는 부처의 소극적 대처를 지적하며 향후 데이트 폭력에 관한 공식 매뉴얼 제작과 관련 회의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방안도 함께 다뤄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데이트 폭력 근절과 법 제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이제 국회와 정부에서도 관련 법안을 적극 논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