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엄격한 분리를 뜻하는 금산분리란 국내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규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지난 10년간 이 정책을 강화했다. 은행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업은 1조원대의 자본금으로 수백조원의 자금을 굴릴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에게 은행은 '돈지갑'으로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재벌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서는 금산분리가 깨진다면 이는 곧 '재벌의 은행 소유'를 의미한다. 재벌 팽창 억제가 한축이었던 과거 정부에서 금산분리 선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금산분리는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 중 6개만 기업 소유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론스타 등 외국 자본에 대해선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소유 등 동시 소유를 허용한 사례도 있어 역차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재계는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소유를 막자는 명목으로 줄기차게 금산분리 완화나 폐지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과거 10년간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이러한 재계의 주장은 먹혀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러나 '친기업', '경제살리기'를 표방하는 새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으며 서서히 빗장을 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가 새정부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되느냐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