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R&D(연구·개발) 관련 예산을 최근 7년 내 가장 적은 액수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진행해온 ‘월드클래스 300’ 사업의 신규 지원엔 아예 한 푼도 책정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9일 산업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내년 산업 R&D 예산은 3조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 4조7000억 원에 달했던 R&D 예산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이미 대폭 삭감을 겪었다. 2013년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3조18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3% 적었다. 2014년 3조2500억 원, 2015년 약 3조5000억 원으로 소폭 오르다 올해 3조2000억 원으로 다시 줄었고, 내년엔 여기서 다시 1100억 원이 깎이는 셈이다.
산업부는 ‘일몰 사업’을 이유로 꼽았지만, 김 의원 측은 올해보다 감액된 47개 R&D 사업 중 일몰로 인해 예산 감액된 사업은 11건에 불과하다는 견해이다. 이 때문에 나머지 36개 사업은 예산 삭감으로 기존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김수민 의원은 “무능한 박근혜 정부가 산업 R&D 예산을 마구 깎아 부존자원과 기초 기술이 부족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짓밟았다”며 “문재인 정부는 달라질 줄 알았지만 전 정부보다 더 축소해 4차 산업혁명의 성장동력을 희생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300개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겠다던 ‘월드클래스 300’ 사업의 경우, 내년 신규 지원을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집 공고까지 냈으나 필요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좌초 위기에 몰렸다.
산업부는 공동사업자인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청의 전신)와 함께 올해 초 “올해 하반기 중 2차 지원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공고했지만 내년 예산 부족으로 올 하반기 2차 선정 공고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김 의원은 꼬집었다.
김수민 의원은 “산업부와 중기부가 중소·중견기업들에 공식적으로 약속해 놓고 거짓말을 하게 된 셈”이라면서 “정부 부처로서의 공신력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