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하는 과정이 지배주주에 대한 사익을 편취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가운데, SK 측은 9일 이미 실트론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재원을 다른 사업기회에 투입하고, 해외 업체 지분 참여 시도에 최 회장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회사다. SK는 올해 1월 LG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잔여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보유한 19.6%는 SK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갖고 있던 29.4%는 최태원 회장 개인이 증권사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어 간접 인수했다.
첫번째 쟁점은 왜 잔여 지분을 최태원 회장이 인수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회사로 갈 수익을 최 회장 개인이 편취한 것이 아니냐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최 회장이 지분 일부를 취득하도록 한 것은 회사 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현행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시각에서다.
하지만 SK의 주장은 다르다. SK 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 사업기회 유용에 저촉되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했는데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검토해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처음부터 SK는 SK실트론 주식을 전량 매입할 의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을 확보할 만한 지분만 인수하려 했는데, 해외 경쟁업체의 진입 우려와 펀드들의 요청에 따라 어쩔수 없이 잔여지분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SK 측은 "애초 회사는 19%를 추가 매입한 후 나머지까지 매입하는 것은 별다른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매입하지 않는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당시 매각 주체와의 입장과 일치한다.
당시 지분을 매각한 한 펀드 관계자는 "처음부터 SK는 전체 지분을 매입할 의사가 없었다"며 "SK의 속마음까지 알수는 없지만, 잔여 지분 매입을 먼저 요청한 것은 우리쪽이었지 SK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트론 인수에 SK하이닉스가 나섰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SK는 “손자회사인 하이닉스가 종손회사 지분에 투자하려면 공정거래법상 100% 지분을 인수하게 돼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왜 최 회장이 TRS방식으로 지분을 간접 인수했느냐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여기에 또다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TRS는 일반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에 유리한 방식이다.
최 회장의 경우 SK실트론 주가가 하락시 증권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되사주어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제한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투자한 돈에 대해서도 매달 이자를 받게 된다. 다만 주가 상승시 이익은 최 회장과 나눠가져야 한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익을 추구했냐면 TRS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증권사에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TRS는 자신의 자금이 충분하지 않거나,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싶을 때 체결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