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심폐소생술에 나선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다. 일본은 APEC을 기회로 미국의 탈퇴로 맥이 빠진 TPP를 되살리겠다는 의도다.
8일(현지시간) 미국을 제외한 TPP 참가 11개국이 다낭에서 실무회의를 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미국의 이탈로 효력을 정지했던 항목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하노이에서 만나 APEC에서 11개국에 의한 TPP(TPP11) 합의 추진을 목표로 회담을 가졌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회담 후 “대략적인 합의를 위한 각국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각국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하느냐”라고 말했다.
당초 TPP 합의는 미국의 참여를 전제로 이뤄졌다. 참가국들은 미국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자국에 불리한 항목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TPP 참가국 GDP의 60%를 차지하던 미국이 탈퇴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졌다.
원산지 규정이 대표적이다. TPP는 원칙적으로 회원국 이외 국가에서 원자재를 조달한 제품에 관세 혜택을 적용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수입한 재료로 의류를 만들어 수출하던 베트남은 TPP에 참여하며 중국 대신 미국에서 재료를 수입하고 그 대가로 미국 수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이 TPP를 탈퇴하면서 원자재를 어디서 수입해야 할지와 수출 유·불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뉴질랜드 새 정부가 TPP 체결에 소극적인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취임한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자국 기업에 불리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일본과 함께 TPP 협상을 비준했던 2개국 중 하나였기에 일본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NAFTA)이 더 급한 상황이라 TPP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러면서도 TPP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되도록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메모토 가즈요시 일본 TPP 협상 대표는 “우리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면 태평양 지역에서 다자간 자유무역 협상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 매우 강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협상이 세계 경제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호주의가 확산하며 미국이 양자 간 무역을 선호하는 시기에 광범위한 국가들이 다자간 무역 협상에 동의한다면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APEC이 TTP 회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간의 압박이 가장 크다면서 협상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무역센터의 데보라 엘름스 이사는 “다낭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작별 인사를 고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