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과로사로 악명 높은 자국의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 장시간 근무와 생산성 향상이 큰 연관성이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지 기업 CEO들이 정시퇴근 문화 안착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일본은 해외에까지 ‘가로시(Karoshiㆍ過勞死)’가 고유명사로 널리 퍼질 정도로 장시간 시간외 근무를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25년간 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그렇게 오래 일하지만 근로자 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 그치고 있고 그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구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적어진다는 것에 있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더 많은 여성이 일터에 나올 수 있도록 야근을 없애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CEO들도 장시간 근무 문화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택건설업체 다이와하우스의 노무라 모리타카 CEO는 “이미 직원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 생존이 정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강조했다. 조미료 업체 아지노모토의 니시이 다카아키 CEO는 “80명이나 되는 중간 관리자들이 3시간 동안 회의를 하면서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을 봤다”며 “이런 무의미한 회의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직원들이 생산성 없는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직원이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CEO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직원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다이와하우스는 직원이 컴퓨터에 너무 오래 로그인하고 있으면 CEO 사진이 들어간 경고장과 함께 아예 컴퓨터를 닫아버리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사무실, 심지어 모델하우스에서 숨어서 일하는 직원들이 등장하자 안내데스크에서 불시에 전화를 걸어 응답하는 직원이 있으면 퇴근을 지시하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다이와하우스 경쟁사인 미쓰이홈은 오후 6시가 되면 영화 ‘록키’ 테마음악을 튼다. 음악소리가 들리면 직원들은 일제히 하던 일을 중단하고 퇴근하거나 일이 좀 남아있어도 언제까지 마무리하고 퇴근하겠다고 보고해야 한다. 미쓰이홈의 한 직원은 “이전에는 저녁 9시나 10시까지 일했지만 이제는 록키 음악이 들려오면 최대한 퇴근하려 한다”며 “이제 오후 아내의 육아를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지노모토는 정식 근무시간을 종전보다 20분 줄인 7시간 15분으로 하고 있으며 퇴근시간도 오후 4시 반으로 앞당겼다. 니시이 CEO는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직원들의 성과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