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이 2일 채용비리 의혹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을 선언했다. 채용비리 관련 검찰조사를 받는 데다 차기 행장 선출을 두고 계파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내홍에 휩싸였다.
이광구 행장은 2일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먼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광구 행장이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최근 논란이 된 채용비리 의혹과 상업·한일 은행 간 계파 갈등으로 인한 여파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의 후신이다. 어느 한쪽으로의 흡수 통합이 아닌, 대등 합병이다 보니 양 계파 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상업은행 출신이 최근 10년여 간 은행장을 독식해 한일은행 출신의 반발이 거셌다"고 전했다.
최근 은행장을 거친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현 행장은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후임 은행장 선임과 절차에 대해 논의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사내이사로 오정식 상근감사위원을 제외하고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는 이광구 은행장이 유일해 상법 제386조에 따라 사임 의사 표시를 한 대표이사는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그 권리의무가 있어 당분간 이광구 은행장은 불가피하게 법적으로 정해진 역할은 계속하게 된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이광구 행장이 임원 등에게 퇴진 의사를 계속 밝혀 왔었다" 며 "하지만 이 행장의 심복인 1~2명이 계속 만류를 해서 시점을 미루다 오늘 전격 발표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