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관련 정부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이 대학동기 동창으로 반세기 가깝께 친분을 쌓아 온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관계로 인해 눈치를 보고 있지 않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은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물지 않기 위해 '역합병'을 시도했다며 과세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국세청은 작년 7월 재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해가 바뀐 현재까지도 재경부의 유권해석과 국세청의 과세 의지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하나은행에 대한 과세시효는 올해 3월까지다. 국세청은 재경부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것이며 재경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재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향후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 법인세 추징 여부는 이명박 당선인과 김승유 회장과의 관계속에 새정부 출범 이후 과연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과 김승유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동창생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반세기 가깝게 이어져 온 셈이다.
고대 61학번은 대학 학맥중에서도 가장 끈끈한 유대관계로 유명하며 일명 '61회'를 구성하고 있다. 고대 경영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지난 대선 때에는 같은 61학번이자 고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천신일 세모나모여행 회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음과양으로 힘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당선인이 김 회장 보다는 두 살이 많지만 사석에서는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텁고 가끔 식사도 함께 해 온 사이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하나은행을 사이에 두고 BBK라는 시련도 겪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당선인이 집권하게 되면 김 회장이 금융정책 등에 직ㆍ간접적으로 입김을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납득 어려운 서울은행 합병과정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과정은 이렇다.
IMF 외환위기 당시 서울은행은 동아건설, 건영, 우성, 삼익 등 거래하던 대형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자 부실은행이 됐다.
정부는 1998년 1월 서울은행에 대해 증자 8000억원, 부실채권 매입 1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긴급 지원했으나 이 은행의 경영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2002년 정부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을 승인했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 적자인 서울은행이 흑자인 하나은행을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상호는 하나은행으로 해 역합병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서울은행의 이월결손금이 과세에서 공제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2002년 당시 서울은행 최종 매각대금은 1조1500억원이었다.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실제로 두 은행의 합병을 통해 거둬들인 매각대금은 배당까지 합쳐 1조4646억원이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하나은행에 대한 과세 금액은 당초 내야할 법인세 약 1조원과 5년간 납세 지연에 따른 가산세 등을 합쳐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 주장대로 라면 정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만일 재경부가 하나은행 합병과 관련 과세 근거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법인세 절감을 감안해 서울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이제 와서 법인세 절감이 무효라고 밝혀진다면 예금보험공사는 물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방만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세금탈루 논란 수년간 계속
하나은행 역합병 논란은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끊이지 않아 왔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있기 지난해 2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할 당시에도 상호는 하나은행을 유지하면서 적자가 심각한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만들어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는 편법적인 탈세 행위로서 이에 대한 국세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후 국세청은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하나은행 세무조사 과정에서 하나-서울은행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인세법 시행령 81조 4항에는 역합병에 관한 규정으로 결손금이 많은 법인이 합병법인이고 합병법인 상호를 피합병법인 상호로 변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세청은 하나-서울은행 합병의 경우 결손금이 많은 서울은행을 존속법인으로, 결손금이 없는 하나은행을 피합병법인으로 합병하면서 합병법인 상호는 하나은행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역합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문제를 놓고 지난 7월 재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하나은행 법인세 부과에 대한 유권해석은 현재까지도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향해 "과세논리가 섰다면 재정경제부 해석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세정당국인 국세청은 원칙에 따라 과세하면 되며 당시 합병을 지원한 재경부 눈치를 왜 보냐"며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전 전청장은 당시 "1조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과세하면 해당 기업에도 부담이 되지만 원칙적으로는 과세하는 것이 옳다"고 답변했다.
◆ 어떤 결정 내려질까
하나은행에 대한 과세 결정은 앞으로 재경부의 유권해석만 남아있는 상태나 관련 정부부처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하나은행 쪽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로부터는 하나은행이 앞으로 이 건과 관련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거나 납부한다고 해도 금액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관측들이 나오는 이유는 이러하다. 지난해 하나은행 역합병 건에 대한 과세 의지를 보였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불명예스럽게 중도 하차했다.
이후 취임한 한상률 국세청장은 올초 지난해 세수 초과로 인해 새 정부의 감세요구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당선인과 김승유 회장과의 관계는 과세 결정 지연에 대한 의혹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는 별도로 지난해 국민은행은 4500억원에 가까운 세금 추징을 당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세무조사 이후 1개월여만에 2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추징한 후 2달여만에 2500억여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추징했다.
국세청과 재경부는 하나은행의 법인세 과세 여부는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결정될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나은행측은 "아직 재경부의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았고 국세청도 최종 결정을 못내린 가운데 특별히 역합병이 맞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다"며"유권해석에 따라 향후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각종 고강도 세금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결자해지 자세로 납득할 유권해석을 내려 과세하는 것이 조세형평에 맞다"고 정부의 의지를 촉구했다.
사상최대의 법인세 추징 여부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하나은행에 대해 새정부내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