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퇴직 임원이 산하기관 고위직 자리에 앉거나 대출계약을 맺은 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국책은행의 취업 비리에 대해 질타했다.
국책은행 퇴직임원 재취업 논란은 국감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학영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24명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에 낙하산 취업했고 올해도 11명의 퇴직자가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은행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후 작년 10월 ‘산업은행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등 정상기업은 제외한 구조조정 기업으로 한정했다.
더 큰 문제는 대출해준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이다. 김해영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은으로부터 2조9449억 원 규모의 대출계약이 이루어진 20개 업체에 산은 고위퇴직자 20명이 재취업했다.
기업은행 역시 불투명한 임원 인사를 두고 낙하산 집합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3∼2017년까지 기업은행과 6개 금융 계열사에는 41명에 달하는 낙하산 인사가 임원으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신별로 보면 정치권 17명, 금융관료 14명, 행정부 공무원 10명 등이다. IBK신용정보는 3명의 대표이사와 3명의 부사장이 모두 청와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등에서 내려온 낙하산이었다.
재취업한 임원의 비위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김관영 의원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임원이 퇴직 후 자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한 사람들 중 최소 5명이 과거 기업은행 재직시절 금융위 제재 조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은행임에도 계속되는 고위직 낙하산 인사는 전관예우와 다를 바 없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근절되지 않아왔다”며 “이런 관행은 은행 내 거버넌스를 망가뜨려 내부적으로 분란을 만들고 대외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