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취약 차주들의 부실 위험이 높은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취약 차주들의 대출규모는 80조4000억 원이다. 취약 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신용자(7~10등급) 또는 저소득자(소득 하위 30%)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 취약 차주들은 주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만큼 금리 인상시 빚 상환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약 차주 대출에서 제2금융권은 67.3%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취약차주 대출은 신협 등 상호금융권 27.2%, 여신전문금융기관 15.1%, 대부업 10.2%, 저축은행 8.2%, 보험사 5% 순으로 많았다. 이들은 고금리 부담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장기 연체자가 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시중금리 인상이 가팔라져, 이들 취약차주 빚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현 1.25%)를 0.25%포인트 올리고 기준금리 상승분이 전부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차주들은 연간 2조3000억 원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은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나고, 특히 한계가구는 803만 원에서 1135만 원으로 332만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24일 발표되는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한계 차주 지원방안이 중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 전에는 실직, 폐업 시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최대 3년 동안 원금 상환을 유예해 주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미 연체를 했을 경우에는 담보로 잡힌 집이 즉시 경매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취약 차주 지원 방안에는 현재 연 9~14% 수준인 연체 가산금리를 지금보다 약 2~3% 포인트 낮추는 방안도 고려된다. 시중은행은 약정금리(연 3~5%)에다 연체 가산금리(연 6~9%)를 더해 약 9~14% 수준의 연체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한계 차주 지원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책에서 중점적인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