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30주년…‘악몽 재연될라’ 경종 울린 시장

입력 2017-10-20 09:14 수정 2017-10-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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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다우지수 23% 폭락·월가 사상 최악의 날…현재도 증시 고공행진 등 당시와 상황 비슷해

미국 뉴욕증시가 19일(현지시간)로 월가 최악의 날로 기록된 ‘블랙먼데이(Black Monday)’ 30주년을 맞았다. 이날 증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숨 고르기로 장중 하락했으나 후반에 반등해 다우와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개혁에 대한 기대와 기업실적 호조로 오늘날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으나 그만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30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1987년 바로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22.6% 폭락했다. 낙폭은 대공황 직전인 1929년 주식시장 추락보다 더 컸으며, 9·11 테러 당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이런 끔찍한 추락은 없었다고 CNN방송은 강조했다. 당시 다우지수는 508포인트 떨어졌는데 오늘날로 환산하면 5000포인트가 넘는 것이다.

30년이 지난 현재도 블랙먼데이 사태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87년 상황은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았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그 해 8월 25일까지 약 40% 올랐고 주요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해 S&P500지수 상승폭인 14%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거시경제도 탄탄했으며 기업 실적도 호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순간에 시장이 무너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고금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5년 간 조정 없이 지속된 강세장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것이 복합돼 블랙먼데이를 일으킨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에도 불길한 조짐은 있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블랙먼데이가 발발하기 전 일주일간 다우와 S&P지수가 9% 이상 하락하면서 시장이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이어 19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으며 이는 유럽으로도 전염돼 영국 FTSE100지수가 11% 폭락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뉴욕증시에 폭탄이 터진 것이다. 이런 혼란을 부추긴 것이 바로 전산화한 거래 시스템이다. 당시 ‘포트폴리오 보험(Portfolio insurance)’이라는 파생상품이 전주(前週) 증시 하락 영향으로 주가선물을 자동 매도하면서 전체 증시 폭락을 극대화한 주범으로 지목됐다. 포트폴리오 보험을 포함한 프로그램은 1987년에도 주식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블랙먼데이는 컴퓨터 시스템이 예측할 수 없는 거래로 인간 심리를 뒤흔들어 시장을 무너뜨린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블랙먼데이 충격이 재연되는 것을 막고자 미국 증권당국은 여러 안전장치를 고안해냈다. 그 중 핵심이 바로 회로차단기라는 의미의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주가가 7% 하락하면 거래를 15분간 멈추고 20% 이상 폭락하면 아예 그날 나머지 거래를 중단하는 강제적인 ‘타임아웃’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악몽이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규제와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 30년 전과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종류의 공포 상황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붕괴는 근본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처럼 일어났기 때문에 위험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8월 28일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소동을 예로 들면서 취약한 인간 심리와 잘못된 정보가 결합한 시장 혼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거짓 정보가 퍼지면서 공항이 일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USA투데이는 컴퓨터 거래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증시 혼란으로 이어진 2010년 5월 6일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적인 폭락)’를 상기시켰다. 당시 한 뮤추얼펀드의 초단타 거래 여파로 다른 거래 자동화 시스템이 일제히 매도 주문을 넣으면서 불과 수분 만에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당시 시간외 거래에서 다우지수가 900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일도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이나 상장지수펀드(ETF)의 동시다발적인 매도, 컴퓨터 시스템 자체의 오류 등을 블랙먼데이가 재연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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