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투데이가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가 패소한 건수는 40건, 이로 인해 취소된 과징금은 총 1416억 원이다. 주요 패소 사례를 살펴보면, 공정위는 ‘짬짜미(담합) 혐의’로 2013년 볼보·스카니아·다임러·만트럭·타타대우·현대차·대우송도개발 등 7개 상용트럭제조사에 과징금 1160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대부분은 공정위에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가격담합 목적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최근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처음으로 적용해 한진그룹에 14억3000만 원을 부과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1일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공정위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과징금 취소 선고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종종결 사건 기준으로 취소된 과징금은 △현대건설㈜(24억9700만 원) △㈜대우건설(61억6700만 원) △SK건설㈜(56억600만 원) △(주)포스코건설(199억9800만 원) △이수건설㈜(7억1100만 원) △㈜태아건설(1500만 원) △알리안츠생명보험㈜(1억3300만 원) △아이엔지생명보험㈜(6500만 원) △신한생명보험㈜(4억400만 원) △푸르덴셜생명보험㈜(5700만 원) △한화생명보험㈜(35억6000만 원) △메트라이프생명보험㈜(8억8600만 원) △교보생명보험㈜(41억3000만 원) △㈜신세계 외2(40억6200만 원) △삼양식품㈜(27억5100만 원) △롯데쇼핑㈜(23억6700만 원) △CJCGV㈜(31억7700만 원) △대림산업㈜(149억5000만 원) △코오롱글로벌㈜(13억6500만 원) △한국미니스톱㈜(1억1400만 원) 등이다.
또한 △㈜포스코아이씨티(71억4700만 원) △한국남동발전㈜외 4(83억9400만 원) △한국수력원자력㈜(2억9100만 원) △㈜포스텍(2억6700만 원) 등이다. △㈜이에스티(1억6800만 원) △스카니아코리아㈜(175억6300만 원) △볼보그룹코리아㈜(169억8200만 원) △만트럭버스코리아㈜(34억5200만 원) △다임러트럭코리아㈜(46억9100만 원) △㈜신신기계(5800만 원) △경기도시공사(21억800만 원) △㈜중앙오션(9600만 원) △㈜골프존(48억9400만 원) △코오롱글로벌㈜(5억8200만 원) △㈜고은타워(2억7700만 원) △타타대우상용차㈜(16억3700만 원) 등 다수의 기업들이 과징금을 피했다.
홍 의원은 “공정위가 짬짜미,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대형 사건들에서 연이어 패소하고 있는 데에는 법리해석, 법위반입증 등에 있어서 법원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경제 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줄 패소에도 경제 분석 역량 강화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례적으로 10% 넘는 인원(60명)이 늘어난 이번 공정위 조직 개편에서 기업집단국 신설(43명 증원)에 힘이 쏠리면서, 경제 분석 인력 충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현재 공정위 경제분석과에 배치된 박사급 전문 인력은 4명(전체 직원의 0.7% 수준)에 불과하다. 연말에 석·박사 인력을 추가로 4명 채용한다 하더라도 그 수가 공정위의 사건처리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경제국(Bureau of Economics)과 법무부(DOJ) 반독점국의 경제분석그룹(Economic Analysis Group)에 배치된 박사급 전문가는 총 122명(전체 직원의 7%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EU 경쟁총국 경제분석팀(Chief Economist’s Team)도 26명의 박사급 전문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홍 의원은 “경쟁당국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 경제 분석이다. 공정거래 사건은 시장획정, 경쟁제한성 판단, 정상가격 산정 등 고도의 경제 분석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공정위는 전문 인력 확충, 선진 경쟁당국과의 국제협력 확대 등을 통해 경제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