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푸에르토리코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생중계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페이스북을 홍보하려고 재난을 이용했다’는 비판에 저커버그 CEO가 고개를 숙였다고 10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전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라파엘 프랭클린 VR 책임자와 함께 푸에르토리코 재난 지역을 방문했다. 둘은 페이스북의 VR 플랫폼인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이용해 VR 영상을 올렸다. 360도로 재난 현상을 찍으며 VR 플랫폼을 시연했다. 페이스북 스페이스의 특징인 아바타를 VR 촬영 현장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VR 영상을 올리며 “VR이 가진 마술적인 요소는 당신이 실제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영상을 올리고 나서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페이스북 사용자인 로사이다 카스트로는 VR 영상이 올라간 게시물에 “현재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끔찍한 고통과 비극에 빠져 있는데 무자비한 억만장자가 이를 이용한 건가?”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는 저커버그 CEO의 행동을 “관음증을 전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 리켓이라는 사용자는 “그는 비극을 페이스북 홍보에 이용했다”며 “저커버그는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대신 페이스북 홍보에 열을 올렸다”고 역설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저커버그 CEO는 “VR의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는 공감”이라며 “VR 기능을 선보인 이유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높이고 다른 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런데 댓글들을 읽으며 이것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대중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저커버그는 푸에르토리코를 구호하는 데 150만 달러(약 17억 원) 이상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푸에르코리코는 지난달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지나간 재난 지역이다. 마리아의 피해로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는 43명에 이른다. 전기가 들어오는 곳은 거의 없으며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기본적인 생필품도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편 푸에르토리코의 재건을 돕고자 미국의 IT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기부하고 나섰다. 구글은 지난 7일 인터넷 보급 계획 ‘프로젝트 룬(Loon)’을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영향을 받지 않고 최장 100일 동안 뜰 수 있는 태양열 풍선을 만드는 것이다. 태양열 풍선이 무선통신 기지국 역할을 하며 인근에 있는 스마트 기기에 무선 인터넷을 공급한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도 푸에르토리코 주민을 위해 전력시스템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트위터에 “태양력 기술로 푸에르토리코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썼다. 그러자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이야기를 해보자”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