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A, 미래를 선점하라] AI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입력 2017-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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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에는 AI가 인간능력 초월”

“30년 안에 로봇 수가 인류 수 추월”

미래 경쟁력은 ‘빅데이터·인공지능’

로봇을 혁신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작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언론사·도박사들 모두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은 달랐다. 인도 벤처기업 제닉AI가 개발한 AI ‘모그IA’는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예견했다. 모그IA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6년 3월 서울에서 펼쳐진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 구글 딥마인드가 머신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AI 알파고는 다섯 차례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최고의 바둑 AI 프로그램과 최고의 인간 바둑 실력자의 첫 대결에서 AI가 이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17년 7월. 페이스북 AI 연구소는 채팅 로봇 ‘밥’과 ‘앨리스’에게 책과 모자, 농구공을 놓고 흥정을 붙였다. 협상 도중 밥과 앨리스는 개발자를 따돌리고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해 시스템이 강제 종료되는 일이 벌어졌다. 인간이 명령한 언어 원칙을 깨면 오류를 일으키는 게 당연한데, 이들 채팅 로봇은 서로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공상과학(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윌리엄 깁슨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3년 8월, 미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의 ‘프레시 에어’ 방송에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했다. 모그IA와 알파고, 채팅 로봇 밥과 앨리스의 이야기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의 극히 일례일 뿐, 미래는 이미 인류의 곁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뉴로퍼지’ 기술이 AI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는 구닥다리가 된 지 오래이고, ‘머신 러닝’으로 대표되는 3차 AI 붐이 인류의 모든 솔루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심지어 2045년이면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 시대마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싱귤래리티란 AI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서 일어나는 사건을 말한다. 인류가 AI와 결합해 생물학적 사고 속도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으로, 현재의 인류부터 인류의 진화 속도가 무한대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류의 진화 속도가 무한대가 되는 일은 없겠으나 진화 속도가 워낙 빨라 수학적 특이점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AI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그 기술적 특이점이 나타나는 시기를 2045년으로 봤다. 그때가 되면 인류는 나노공학·로봇공학·생명공학의 발전 덕에 수명을 무한 연장할 수 있어 불로장생(不老長生)할 수도 있다는 게 커즈와일의 주장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 이름은 손마사요시) 회장도 앞으로 30년 안에 싱귤래리티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20억 달러(약 36조 원)에 인수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창설한 게 대표적 예다. 손 회장은 30년 안에 싱귤래리티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올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 기조연설에서는 “IQ 1만에 달하는 슈퍼지능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며, 30년 안에 로봇의 수가 인류의 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심지어 인간의 신발 밑에도 슈퍼지능이 들어가 인간이 그것을 밟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인류는 이런 미래를 만든 주역이면서도 이미 침투한 미래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다. 전문가들은 로봇·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AI 시대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인류의 무기력한 모습에 경종을 울린다. 아울러 이처럼 AI가 침투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AI를 파트너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 1월 타계한 ‘AI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는 생전에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간의 마음은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민스키는 인간의 두뇌는 상호 작용과 시각 및 정보 처리 등의 면에서 AI와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민스키는 자신이 AI 이론의 토대를 닦은 지 30년이 지나도록 그가 기대했던 획기적인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인류에게 본격적인 AI 시대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AI는 1960년대 연구·개발이 왕성하다가 자금 및 인력난으로 인해 ‘AI 윈터(혹한기)’를 맞았고,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파격적인 물적·인적 자원 투자에 힘입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미래가 우리 곁에 와 있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모바일·센서·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주도하는 방대한 데이터, 그로 인한 빅데이터와 AI로 축약된다. 일본 미래학자 노무라 나오유키는 저서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2017)’에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개인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우위에 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를 지배한다는 건, 민스키의 말처럼 어느 면에서는 인간이 기계의 마음을 가져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노무라 교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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