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을 해결하는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개시 결정이 평균 300일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오래 걸리는 탓에 소비자 구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집단분쟁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집단분쟁조정 신청 개시 결정이 평균 301.2일 소요됐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은 집단분쟁조정 접수 후 절차가 개시되면 30일 이내에 조정절차를 종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절차 시작 전인 개시 여부 결정에서 장시간이 소요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분쟁조정절차와 달리 집단분쟁조정절차 개시 기한은 법에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장 2년 4개월이 넘도록 개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아 소비자의 피해구제 기회를 박탈한 사례도 나왔다.
2014년 7월 KT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분쟁조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건 신청 이후 약 2년 4개월(872일)이 지나서야 불(不)개시가 결정된 경우다.
2014년 3월 한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분양 허위광고에 관한 건은 636일이 지난 후 불개시가 결정됐다.
2013년 5월 CJ CGV의 영화관 멤버십 포인트 소멸 건도 552일이 지난 뒤 불개시 결정이 이뤄진 사례였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는 소비자가 다른 구제수단을 신청할 경우 기존의 분쟁조정 신청자에서 제외된다.
최운열 의원 측은 “소비자원의 미진한 분쟁조정 처리 절차는 또 다른 소비자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소비자원의 조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다른 분쟁조정기구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소송과 연관 지어 조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분쟁조정제도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자칫 집단분쟁조정이 신청되는 순간 해당 기업들은 민사나 행정 소송 등을 제기해 분쟁조정을 무마시키는 것이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