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엑소더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동남아시아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등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이 입증된 국가들을 시작으로 몽골, 캄보디아 등 새롭게 유통업계가 눈을 돌릴 만한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아세안에서의 식품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6.3% 증가했다. 몽골과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경우 그중에서도 성장이 빠른 추세다.
◇몽골, 민족주의 정권 속 진출
신세계 이마트가 중국에서의 전원 철수를 선언했다. 현재 네 곳이 철수했고 남은 한 곳 역시 연내 마무리 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대신 몽골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몽골의 경우 유통업계가 신시장으로 기대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호점을 오픈한데 이어 2호점도 10월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는 롯데지알에스가 몽골 현지 유진텍 몽골리아LLC와 계약을 맺음에 따라 5년간 롯데리아 점포 20개를 오픈할 계획이다. CJ 푸드빌의 경우 지난해 뚜레쥬르 1-2호점을 몽골에 오픈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몽골은 7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는 상황을 맞았다. 칼트마 바툴가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민당 체제에서 민주당 체제가 된 것이다. 몽골의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민족주의 성향이 강했던 정당이다. 그간 해외투자에 적극적이기보다 자국민의 이익 대변을 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칼트마 바툴가 신임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 당시 ‘몽골 우선주의’ 등을 언급한 것을 알려졌다. 과거 민주당 집권기에 다수의 해외 기업들이 투자와 진출에 애를 먹은 적이 있기에 이번 정권교체는 이들 기업들에 있어 긴장의 대상이었다. 실제 2013년 몽골에서 석탄열병합발전소 계약을 맺었던 포스코에너지가 총선 이후 계약 무효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2012년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인민당을 밀어낸 후 외국기업 들의 투자 백지화 소식이 들리던 때였다. ‘몽골리스크’가 생기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소 달라진 지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송병구 단국대학교 몽골학과 교수는 “몽골 민족주의가 있긴 하지만 심하진 않다”며 “인민당 정권이 친중(親中)이라면 이번 바툴가 대통령은 반중(反中) 노선”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거리를 두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몽골 내에서 외식업과 의류 등 한국 프랜차이즈 수입을 희망하는 중견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화장품과 세제 등 한국산 생활소비재가 몽골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현지 매장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캄보디아, 우습게 볼 수 없는 시장
CLMV 국가들은 아직까지 개척의 대상이다. 베트남의 경우 해외 진출 기업에 익숙한 국가이지만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은 여전히 낯설다.
코트라 역시 해당 국가들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인내력’과 ‘일관성’을 주문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한 번 한국과 거래에 성공한 현지 바이어들이 다른 한국 제품을 재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트라에 따르면 많은 캄보디아 바이어들이 일부 한국 기업들의 일관되지 못한 상행위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15년 기준 캄보디아 수출액이 7억3100만 달러(한화 약 8381억 원)로 수출국 중 6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역규모에서도 한-ASEAN FTA 상품협정이 발효된 이후인 2009년 대비 2015년에는 약 세배 증가한 8억6929만 달러(한화 약 9967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은 편직물과 섬유제품, 음료 등이다. 음료의 경우 타 품목과 달리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상태다.
그럼에도 현지 진출에 대해선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코트라 프톰펜 무역관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하다”며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진출이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