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판정했다. 미국이 산업피해 판정을 내린 것은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ITC는 이날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하고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정했다.
다만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앞으로 세이프가드 조치 시 배제하도록 했다. 세이프가드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크게 늘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날 판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청문회 등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보호무역 기조를 천명한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연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은 삼성과 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이다. 이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순이다. 지난해 삼성과 LG가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한화 약 1조1400억 원)다.
ITC는 피해 판정에 따라 오는 19일 구제조치 공청회를 개최한 뒤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하며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은 내년 초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2002년 부시 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