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을 통해 목표로 잡은 3% 성장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던 전체 산업생산이 8월 들어 다시 정체현상을 보이면서 3% 성장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경우 언제든지 성장률 발목 요인으로 부각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4일 정부와 경제기관에 따르면 정부의 적극적인 추경 집행에 힘입어 기대를 모았던 연간 3% 성장률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추경 편성 당시 성장률 0.2%포인트(p) 효과를 고려해 올해 성장률을 3.0%로 상향했다. 정부가 예상대로 올해 성장률 3.0%가 달성되면 한국경제는 2014년(3.3%) 후 3년 만에 3%대 성장 궤도에 오르게 된다.
올해 2분기 실질 성장률은 0.6%로 집계됐다. 직전분기인 1분기 1.1%보다 성장률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정부 목표치인 올해 3%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평균 0.77%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성장률 가늠 지표인 전체 산업생산 역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산업생산이 7월 반등하며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8월에 다시 정체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이 전월대비 0%였다. 산업생산은 6월 역시 0% 증가율을 기록하고서 7월 1.0% 증가했으나 다시 0%대 증가율로 돌아선 것이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도 1.0% 감소하며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투자도 부진했다. 8월 설비투자가 0.3%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줄었고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2.0% 감소했다.
여기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크게 줄면서 건설투자 경기는 더 나빠질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1400조 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도 성장률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소비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가계부채로 씀씀이를 줄이는 경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외리스크도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USTR(무역대표부)와 제2차 한ㆍ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한다. 10일에는 3600억 위안(약 560억달러) 규모의 한ㆍ중 통화스와프 재연장도 결정해야 한다. 중국과 체결된 한ㆍ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전체 통화스와프 1222억 달러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비중이다. 한ㆍ중 통화스와프가 만료되는 이날은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쌍십절)로 도발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미국 정부가 10월 중에 발표하는 환율보고서도 관심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3% 성장률보다 떨어진 2% 후반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현재의 성장률 추이를 볼 때 올 3분기와 4분기 경기 상황도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연간 성장률로는 2.8~2.9%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에 발표된 경제 전망치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6일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8%였다. 한달 전인 7월보다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으나 3%성장률과는 거리가 있다.
앞서 8월 말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에서도 3%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글로벌 경기 회복, 추경 집행 등에 힘입어 2%대 후반의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다”고 진단했다. 같은 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문가 30여명을 대상으로 경제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