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개혁’에 손을 맞잡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결속력 높은 EU 개혁’에 메르켈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날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EU 정상들이 만나 EU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비공식 회동을 열었다. 오후 9시 만찬이 시작되며 회동이 열렸고, 이 자리에는 마크롱 대통령, 메르켈 총리를 포함해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만찬이 열리기 전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양자 회동을 했다. 메르켈은 “EU 공동예산을 포함해 독일이 프랑스와 협력하는 것은 개혁의 좋은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통화기금(EMF)을 만드는 것은 유럽의 경제 위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6일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EU 개혁’에 동참할 뜻을 밝힌 것이다.
메르켈은 이 자리에서 “마크롱이 제안한 프랑스-독일 간 법인세 단일화 등 정책은 독일 연립정부가 의심의 여지 없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의 세율을 통일하는 것, 난민 문제와 국방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 등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논의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U가 현 상태로는 앞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믿는다”며 “EU는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신속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약 100분간 연설을 하며 EU 개혁을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내용은 공동 군대, 공동 예산 창설, 법인세 단일화 등이다. 앞서 EU의 융커 집행위원장은 공동 군대를 창설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영국 측은 EU 공동 군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마크롱이 소르본 대학 연설에서 제안한 EU 개혁안은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크롱은 국경 문제를 개선하고자 EU 국경 경찰을 창설하자고도 주장했다. 그는 EU 차원의 난민청 창설도 제안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9시부터 시작된 만찬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오랫동안 설명했다.
만찬에 참석한 외교관들에 따르면 마크롱이 제안한 EU 개혁은 융커 집행위원장이 이달 초 연설을 하며 제시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융커 집행위위원장은 EU의 새 직책 창설과 같은 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군대, 공동 예산 등 프로젝트 성격의 EU 개혁을 제안했다. FT는 메르켈이 마크롱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다른 유럽 정상들도 마크롱의 정책에 호의적인 태도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