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가 연 100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내려가지만 증권사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A증권은 2주간 1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제공하면서 40억 원을 이자와 수수료로 받았다. 명목이자는 5%에 불과하고 선취수수료, 중개수수료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연이율로 계산하면 1040%에 달한다.
브리지론은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5일, 7일 등 초단기로 돈을 빌릴 때 사용한다. 주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업이 단기 부채를 장기 부채로 전환하면서 공백이 생길 때 M&A 주관 증권사에서 브리지론을 대주는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저축은행 등 대부업권에서 대출이 여의치 않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도 증권사 브리지론을 이용하며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증권사는 자기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부업체에도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을 증권사는 피해간다. 기존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가 내년부터 24%로 내려가지만 증권사는 여전히 1000% 이상 고금리 브리지론 장사를 할 수 있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의 금융정책을 설명하는 정책 심포지엄에서 내년 최고금리 인하 후에도 추가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증권사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도 증권사의 브리지론 이율과 수수료 등에 대해서는 전혀 보고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금감원이 증권사별로 현장검사를 나가서 자료를 직접 들춰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정금리 인하로 저신용 기업들이 제도권 대출 밖으로 밀려나게 되면 증권사 브리지론이 더욱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현황 파악을 위한 정기적 보고 정도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브리지론은 일명 ‘선수끼리의 거래’”라며 “여기에 대해서도 이자 제한 등의 규제를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실익이 없고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막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