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연구개발(R&D) 조직에 ‘애자일(agile·민첩한) 혁신’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25일 경기 안양시 LS타워에서 열린 ‘LS F-페어 2017’에서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해서 민첩하게 실행하라’는 디지털 시대의 행동철학을 실천해 달라”며 “우선 실행하고 빨리 실패한 뒤에 다시 실행하라”고 말했다.
LS T-페어는 주요 계열사들의 연구개발 성과 공유회로 올해가 13회째다. 이날 행사에는 구자열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 행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각 회사별 CTO들이 기술 전략 키워드를 발표하고, 제조 부문 및 프로세스 부문에서 8개의 우수 성과가 공유됐다. 발표 직후 현장 투표를 통해 올해의 ‘LS Choice’ 연구 성과로 LS전선의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과 예스코의 바이오가스 제조플랜트 상용화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구 회장은 2015년부터 ‘R&D 스피드업’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그룹의 연구개발 및 미래 준비 전략으로 강조해 왔다. 올해는 키워드로 애자일 혁신으로 내걸었다. 그는 “성과지향적인 R&D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애자일 혁신 방식을 도입하고 표준과 절차에 얽매인 기존 연구 프로세스를 과감히 탈피할 것”을 당부했다.
민첩한 조직이라는 의미의 애자일 혁신은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적극 도입하고 있다. 조직 전체가 급변하는 고객과 환경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법이다.
LS그룹은 보수적인 굴뚝산업에 속한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룹 내부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제조업 혁명에 뒤처지면 그동안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주력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구 회장은 “R&D 투자를 통해 부가가치가 크고 경쟁사가 따라잡기 힘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R&D 역량 강화를 위해 분기별로 열리는 최고기술경영자(CTO) 간담회와 기술협의회 등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면서 그룹 R&D 전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주사에 기술전략 부문을 신설해 CTO에 힘을 실어줬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R&D 전략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계열사들도 중장기 사업 전략과 인재 육성 등의 분야에서 R&D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