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자 우파성향 인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왕치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와 비밀 회동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지난주 한 증권사가 주최한 투자자 콘퍼런스 참석차 홍콩을 방문하고 나서 중국 베이징을 들러 왕치산과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왕치산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이자 당내 2인자로 통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배넌의 홍콩 투자자포럼 연설 주제였던 ‘경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동향’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그에게 접근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왕 서기가 배넌의 연설 주제를 알고 면담을 타진했으며 이들의 회동이 90분가량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만남이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중 일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넌은 지난해 대선 기간 ‘미국 우선주의’를 비롯한 포퓰리즘 공약을 통해 트럼프의 지지자 결집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공로를 인정받아 배넌은 백악관 수석전략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8월 버지니아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에 대해 트럼프에게 양비론을 펼칠 것을 조언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끝에 결국 경질됐다.
현재는 자신이 운영해왔던 극우성향의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뉴스로 복귀했다. 배넌은 백악관을 떠나고서도 트럼프와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과시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홍콩 포럼에서 백악관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중 소식을 공개했고 비공개 오찬에서는 “전날(11일) 저녁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며 말하기도 했다.
FT는 배넌이 만난 중국 측 인사가 왕치산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의 ‘부패 청산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왕 서기는 현재 69세다. 중국 공산당의 관행인 ‘68세 정년’에 따라 이번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두 사람의 회동으로 왕 서기가 시 주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력자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F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