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조원 금감원장 낙마의 의미는

입력 2017-09-21 10:45 수정 2017-09-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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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업금융부장

문재인 정부들어 순항할 듯했던 금융개혁이 다시 공회전하는 느낌이다. 법정금리 인하 등 민생 조치가 이어질 때만 해도 금융 개혁에 청신호가 들어오는 듯했지만, 인사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금융시장에 전달하려는 개혁의 메시지가 흐려졌다. 급기야 금융업계에선 청와대 암투설 등 확인할 수 없는 루머가 횡횡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중은행 노조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였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감독 영역을 두고 마찰음을 내기에 이르렀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만 해도 청와대가 시장에 주는 금융개혁의 시그널은 분명했다. 금융 개혁은 선의의 `상식'을 기본으로 한다. 금융을 잘 모르는 제삼자가 고개를 끄떡 일수 있는 제도와 관행이 정착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개혁은 금융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진행돼야 할 일이다. 금융은 그 큰 흐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예를 들어 법정이자의 인하다. 금융적 시각으로 보면 이자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위배된다. 법정금리가 내려갈 경우 대부업체들은 손해를 본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본다면 30%에 가까운 이자는 지나친 `착취'로 볼 수 있다. 대부업체는 여전히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크의 진입 허용도 마찬가지다. 은행업은 그동안 진입장벽이 존재했다. 이미 진입한 이는 엄청난 기득권을 누렸던 셈이다. 인터넷뱅크의 허용은 이런 규제 위주의 시장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인터넷뱅크가 '무수수료' 전략으로 치고 나오자 일제히 따라온 것은 금융 개혁의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예상됐던 일이다. 금융개혁은 금융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하진 않다. 개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금융개혁의 시초가 된 금융실명제는 금융을 잘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던 고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대기업과 정치권, 금융 관료 모두가 반대했지만, 김 대통령은 밀고 나갔다.

김조원 전 사무총장의 금감원장 낙마는 이런 면에서 청와대의 개혁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전 사무총장의 내정설이 돌자 기득권은 ‘금융실명제’와 같은 과감한 개혁을 예상하며 두려워했지만, 결국 그는 비금융인이라는 이유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기득권 세력이 이긴 셈이다.

김 전 사무총장이 낙마하고,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금감원장에 임명되면서 청와대의 개혁 메시지는 더 흐려졌다. 최흥식 원장의 그동안 행보는 아쉽게도 금융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조세연구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 금융연구원, 하나금융지주,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의 경력은 소신 있는 학자였다면 걷기 어려운 길이다. 겉으로는 민간 출신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관료와 다름없는 경력이다. 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갈 수 없는 자리들이다.

최 원장을 관변으로 발탁한 것은 '모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이헌재 전 장관은 1998년 금융개혁위원회 때 최흥식뿐 아니라 이동걸(현 산업은행 회장), 함준호(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도 등용했다. 힘있는 관료와 40대 소장파 학자의 만남이었고, 그 인맥이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금융개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사의 령(令)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금융개혁의 령을 세워야 한다. 어렵지만 김조원 전 사무차장이 왜 낙마했는지, 특정 세력의 음해가 있었는지부터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금융개혁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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