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눈치보는 '정치 은행들'...가짜 기술금융하더니 단번에 정규직 전환?

입력 2017-09-21 09:21 수정 2017-09-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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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정권이 내세우는 정책이라면 정책의 본 취지나 시장 흐름에 대한 진단없이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보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은행’들의 행태가 결과적으로 은행업 경쟁력만 훼손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朴 ‘기술금융’규모만 잔뜩늘리고 순수 기술 대출은 20%대

21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로부터 받은 '기술금융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6개 은행의 기술금융(신용·보증·담보) 잔액 가운데 기술력 신용만을 근거로 대출해준 금액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나머지 72%는 중소기업에 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한 대출이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21.2%), 국민은행(21.5%), 하나은행(25.2%), 기업은행(25.8%), 신한은행(37%), 우리은행(37.3%) 순으로 기술 신용대출이 저조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술금융에 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기술력 신용평가만으로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해주자는 기술금융의 본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금융은 2014년 시작된 박근혜 정권의 핵심 금융정책이다.

문제는 기술금융 잔액이 가장 많고(34조5706억 원, 6개 은행 중 35% 차지) 중소기업 자금 융통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행의 기술 신용대출 비중이 6개 은행 평균치를 밑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기업은행이 박근혜 정권 하에서 기술금융 실적 올리려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월하게 대출 잔액 키울 수 있는, 보증·담보 위주로 대출을 집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기술금융에 앞장선다는 권선주 당시 기업은행장을 “다른 많은 분도 이 여성 은행장을 좀 본받으라”고 공개 극찬할 정도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권선주 전 행장 시절 기업은행은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 차트 만들어서 대출 늘릴 것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고 그 과정에서 단순 중소기업을 대출도 기술금융 대출로 포장된 경우도 있었다”며 “정권 바뀌면 이런 기업은행 행태가 문제될 것라는 말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권 눈치보느라 대출 규모를 늘리려다보니 숙박이나 임대업 등 기술과는 동떨어진 분야까지도 기술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대출이 나갔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기술금융으로 잡힌 숙박·음식업과 부동산·임대업 부문 대출은 하나은행(6459억1500만 원), 국민(1822억5700만 원), 우리은행(1470억원) 신한(927억7400만 원), 농협은행(825억2400만 원)으로 총 1조 원을 상회(1조1505억 원)했다.

◇文 ‘일자리 늘리기’ 코드 맞추느라… 무늬만 정규직 전환

문 정부들어서는 은행들이 '비정규직 제로'와 '일자리 늘리기'에 코드를 맞추느라 바쁘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에 따른 점포 감축이 시장 흐름이지만, 정부 눈치보느라 앞다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대거 신규 공채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간제 사무직 인력을 처음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국씨티은행은 12월 1일부로 무기계약직 300여 명을 정규직 전환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올해 안으로 무기계약직 3000여 명을 정규직화할 방침이다.

기은 관계자는 "총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제외한 인원을 정규직화하려다보니 3000명이란 숫자가 나온것"이라며 "이는 작년 12월부터 추진됐던 사안인데, 다소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올 하반기에만 작년 1년간 채용한 인원(600여 명)보다 많은 1750여 명을 뽑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에 은행들이 코드 맞출 수밖에 없는 관치가 깊숙이 개입돼 있는 상황”이라며 “정권 눈치보기 바쁜 현 실태는 장기적으로는 은행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큰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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