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 발표에 부쳐

입력 2017-09-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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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어느 날의 풍경.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는 정모(60) 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다. 요사이 기억력이 떨어져 집 주변 치매안심센터로 가서 치매 검진과 치매 예방 교육을 받는다. 전담 사례관리사가 어떤 치료와 어떤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설명을 해주고 인지 재활훈련도 돕는다.

치료의 모든 과정은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관리된다. 병원에서 치매 진단검사를 받거나 장기요양 돌봄서비스를 받을 때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가족에게 덜 미안하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치매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인근 치매 안심 요양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볍다.

가상으로 만들어낸 사례지만, 정 씨와 같은 치매 어르신이 원래 생활하던 터전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치매 국가책임제’가 그리는 모습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69만 명, 80세 이상 어르신만 놓고 봤을 때 4명 중 1명(27%)이 치매 환자이다. 2015년 기준으로 치매 환자 1명에게 들어가는 의료비와 요양비가 연간 2000만 원이 넘는다. 가족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이다. 이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이 커지고 가정이 와해하기도 한다. 중장년층이 치매를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로 꼽는 이유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해 올해 국가 치매 관리 비용은 약 15조 원, GDP의 약 1% 수준에 달한다.

치매는 개인이 감당하기에 매우 어려운 질병이다. 정부는 그동안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치매 관련 인프라를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도 아직 누군가 치매에 걸렸을 때 어디에 가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이나 조기 검진사업, 치매 약제비 지원사업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는 사람의 비율은 50%에 불과했다.

노인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이 많이 생겨났지만,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거나 치료할 만한 치매 특화형 시설과 병원이 적다는 것도 문제이다. 치매 환자 가족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맡기더라도 치매로 인해 공격성이 심해지거나 돌보기 힘들어지면 요양시설에서 나가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치매에 관한 1대 1 맞춤형 상담과 진료,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252개 보건소에 설치하고, 장기요양서비스의 지원 대상과 서비스 폭을 확대해 치매 가족의 돌봄에 대한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또 믿고 맡길 수 있는 치매 특화형 시설과 병원을 늘리고, 집 또는 시설에서 모실 때에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개인 부담 의료비와 요양비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 근본적 치료를 위해 치매에 대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지금까지 치매는 가족이 끌어안고 함께 고통 속에 살거나 환자를 시설에 맡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환자와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왔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치매는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자 국가가 국민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떤 국가보다 선진적인 치매 지원 체계를 마련해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 ‘치매로부터 가장 먼저 자유로워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치매 국가책임제의 주된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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