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전성시대] 유통업체 배부른데, 하청 제조업체는 ‘쫄쫄’

입력 2017-09-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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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PB상품 매출 상위권 ‘막강 파워’…지난 1~2년간 매출 수천억대지만 협력사는 1000억대 극소수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대형 유통사들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PB상품군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유통과정을 줄이면서 생긴 중간마진을 유통사가 제품 개발에 쓰면서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NB(내셔널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다 보니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PB상품이 갖는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서 PB상품이 범람하면서 하청 납품업체들의 이익을 빼앗아 유통업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유통점포의 PB 상품 매출 비중이 1% 상승하면 각 유통점포당 매출액이 평균 2230만 원 증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PB상품 시장이 성장해 대형 유통업체의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것.

KDI는 “PB시장의 확대로 인한 성장의 혜택이 원청 유통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하청 제조업체로의 낙수효과는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홈쇼핑의 경우 해가 갈수록 PB상품이 다양화하면서 매출 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 홈쇼핑 매출 상위 리스트 상당수가 PB상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롯데홈쇼핑 상반기 판매율 1위는 조르쥬레쉬, 현대홈쇼핑은 제이바이가 2위, 모덴이 4위, CJ오쇼핑은 VW베라왕이 상위권에 랭크 됐다.

상당수 PB의 1~2년간 누적 매출이 1000억~2000억 원대에 육박하는 데 비해 홈쇼핑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메이저 협력사 중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PB상품이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도 불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건 불황과 맞물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우수했기 때문”이라며 “PB상품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NB상품들이 줄어들게 돼 가격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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