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못하는 일 찾자”…인간 vs. 로봇 일자리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17-09-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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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도입 본격화하는 가운데 근로자들 새로운 일 맡아…아마존의 글로벌 인력은 페이스북의 18배 달해·일자리 불안은 여전

▲아마존이 지난달 2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물류센터에서 채용박람회를 연 가운데 뉴저지 주 로빈스빌의 한 창고에서 구직자들이 로봇이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로빈스빌/AP뉴시스
▲아마존이 지난달 2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물류센터에서 채용박람회를 연 가운데 뉴저지 주 로빈스빌의 한 창고에서 구직자들이 로봇이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로빈스빌/AP뉴시스

인간과 로봇의 일자리 전쟁이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아마존의 물류창고에 대한 르포 기사를 통해 공장과 물류창고 등 산업현장에서 로봇 도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이전의 단순반복작업에서 벗어나 로봇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말 미국 뉴저지 주의 한 아마존 물류창고에 취직한 니사 스콧은 최근 업무가 바뀌었다. 당초 그는 무게가 11kg에 달하는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고 쌓는 일을 10시간 이상 하면서 피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이 창고에 로봇팔을 도입하면서 스콧은 이 로봇들을 감독하고 점검하는 관리직으로 업무가 전환됐다. 그는 “로봇이 도입되면서 정신적으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며 “이제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환영했다.

아마존은 로봇 도입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콧과 같은 사례처럼 로봇 시대로 접어들면서 근로자의 새 역할이 필요한 일자리가 더욱 생겨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글로벌 인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3배, 페이스북의 18배에 달한다. 아마존은 또 지난주 북미에 제2의 본사를 지어 최대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약속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2년 로봇업체인 키바시스템스를 7억7500만 달러(약 8746억 원)에 인수하고 나서 2년 뒤 물류창고에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아마존 로봇은 10만 대 이상에 이르며 더 많은 로봇이 배치될 계획이다.

로봇은 지루하면서도 물리적으로 고된 작업을 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반 사이로 인간 근로자가 걸어다닐 공간 확보가 필요 없어져 창고에 더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게 됐으며 직원들이 물건을 들고 선반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 주문처리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로봇의 부상’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마틴 포드는 “만일 로봇 자동화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비용에 고객들에게 이틀 만에 물건을 배송하는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데이브 클라크 수석부사장은 “가장 단조로운 작업을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머리를 쓰게 하고 싶다”며 “매번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이를 찾아내고 조사하는 등 정신을 쏟아야 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이 도입된 이후에 해고된 근로자는 한 명도 없다”며 “아마존은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2014년 키바 로봇을 배치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8만 명의 물류창고 직원을 신규 채용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등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약속에도 로봇시대에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불안은 여전하다. 아마존은 자동화와 온라인 쇼핑을 통해 전통적인 소매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마존이 소매업계 근로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마을과 도시, 주 등 미국 전역에서 이런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NYT는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로봇과 인간의 역동적인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인간만이 수행하는 작업도 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이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선반에서 모양과 크기가 다른 개별 제품을 골라내는 일은 여전히 인간이 로봇보다 잘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과 연구기관들이 로봇 자동화에 남아있는 이런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마존은 매년 ‘로보틱스 챌린지’라는 대회를 열어 이런 노력을 후원하고 있다.

포드는 “아마존의 창고에서 벌어지는 고용에 대한 큰 그림이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일자리 창출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기사에서 월마트 매장에 현금을 세는 로봇이 작년 8월 도입된 뒤 인간 근로자 500명이 퇴사했다며 미국 소매업계 일자리의 3분의 2가 오는 2030년께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빌 게이츠 MS 설립자는 지난 2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로봇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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