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J코퍼레이션은 12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의 대부분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쇼핑 7.95%(250만5000주), 롯데칠성음료 2.83%(3만5070주), 롯데푸드 2.0%(2만6899주), 롯데제과 3.96%(56만2370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정확한 매각 주식 거래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4개 계열사의 분할·합병 과정에서 결정된 주식매수청구권을 토대로 계산하면 약 7645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롯데쇼핑 5797억 원, 롯데제과 1148억 원, 롯데칠성음료 530억 원, 롯데푸드 170억 원 등이다.
신 전 부회장은 주식 매각 결정과 관련해 “이번 임시주주총회 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4개 기업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롯데 지주 출범을 위한 이번 분할과 합병이 개별 주주들에게 이득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대세가 기운 한국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신 전 부회장이 손을 떼는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4개 계열사의 분할·합병 주총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해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만큼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역시 신 전 부회장의 매각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상당히 놀랐다”며 “분할·합병의 주총 통과로 한국에서의 경영권 분쟁 야기가 사실상 힘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일본 롯데 경영권 분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지분 매각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롯데그룹이 지주회사로 재탄생하고 호텔롯데 상장까지 이뤄지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은 사실상 분리가 된다. 이를 두고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서 원래 자신의 몫이었던 일본 롯데의 경영권은 넘겨달라는 화해의 손짓으로 지분을 처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DJ코퍼레이션 측 역시 신 전 회장의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해 “롯데그룹사 주식 매각이 경영권과 관련된 모든 사안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향후 분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光潤社) 지분 50%+1주를 보유한 대주주다.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매입에 활용해 일본 롯데 경영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