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하는 하소연이다. 물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처럼 10년 이상 연임하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예외적인 사례이다. 지금도 증권가에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그 공백을 메우고 있거나, 임기가 곧 끝나거나, 연말 인사에서 어떻게 될지 가늠을 못하고 있는 CEO들이 있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이미 5월 임기가 끝났다. 다만, 5월 대선 이후 아직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선임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관에 따라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5월 취임 당시 정 사장은 민간 IT 전문가로 코스콤에 적합한 CEO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기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컴퓨터·소프트웨어(SW) 연구소 등의 연구기관에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참여한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 기업 엔쓰리소프트를 창업·경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스콤 주요 사업 영역이 증권거래 등 투자를 위한 새로운 분야를 기반으로 한 IT 업무이다 보니 정 사장 역시 업무를 익히고, 경영하고, 실적을 올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결국 정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며 실적도 3년 만에 4배 이상 성장시키는 등 성과를 냈지만,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싸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KB증권도 예외는 아니다. 전병조·윤경은 KB증권 각자대표의 거취도 올해 말에 결정된다. 올 초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과 동시에 투톱 체제가 되면서 1년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동안 윤 대표는 WM(자산관리)부문과 S&T(세일앤트레이딩)부문, 경영관리부문을, 전 대표는 투자금융(IB)부문과 홀세일(WS)부문을 맡으며 사업의 틀을 마련하고 실적도 어느 정도 안정화하자마자, 1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증권업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30대 그룹 현직 CEO 평균 재임 기간 역시 3년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들의 수장이 2~3년마다 바뀌게 되면 그때마다 사업 방향과 전략이 바뀌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CEO 역시 주인 의식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 장기 목표와 방향성은 잃게 될 가능성도 높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300여 개 CEO의 재임 기간과 영업이익률은 정비례 관계가 있었다. 5년간 이들 기업을 분석한 결과, CEO 임기가 1년 미만일 때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5%에 가까웠으며, 10년 미만일 때도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10년이 넘을 경우에는 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어려웠던 국내 증권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어서 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만큼 각 증권사들이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짚어줄 CEO의 주인의식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전략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