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만 아니면 된다”… 혼전의 도시바 인수전, SK하이닉스의 셈법

입력 2017-09-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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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이공업 컨소시엄에 넘어갈 경우 中 기술력 날개… SK에 큰 위협될 것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혼전을 거듭하면서, 유력 인수 후보군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의 셈법도 분주해 지고 있다. 최고 시나리오는 물론 인수에 성공하는 것이지만, 차선으로는 중국 진영인 홍하이 그룹(폭스콘)에만 넘어가지 않으면 좋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11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측은 도시바에 2조 엔(약 20조9000억 원)의 인수 비용 외에 추가로 연구개발비 4000억 엔(약 4조1000억 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최종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 지분은 베인캐피털이 49.9%, 도시바가 40%, 일본 기업이 10.1%씩 가져간다. SK하이닉스는 지분을 달라는 요구를 접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측 지분을 50.1%로 맞춰 외국의 경영 개입이나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은 올 초 도시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분사를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6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도시바 측이 정기주총에서 본계약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8월에는 도시바 측이 WD를 주축으로 한 신(新)미일 연합 및 홍하이 컨소시엄 측과도 협상 중이라고 알리면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말에는 신미일 연합으로 매각이 확정된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도시바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던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SK하이닉스 측은 협상의 최대 난관이었던 지분 요구까지 거둬들이는 등 인수 성공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낸드플래시 위상 강화를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선 확고한 2위 업체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0.6%로 전분기(11.4%) 대비 하락했다. 시장 순위도 5위로 내려앉았다. 2위 도시바 인수에 성공한다면, 낸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SK하이닉스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홍하이 정밀공업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는 경우다. 최근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해외 의존도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데, 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발간된 ‘중국제조 2025’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65조 원가량을 투입, 자국산 반도체의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막강한 자금력에다 도시바의 기술력까지 갖출 경우 SK하이닉스에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애플과의 역학관계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애플은 한미일ㆍ신미일 연합뿐만 아니라 홍하이 컨소시엄으로부터도 구애를 받고 있다. 특히 애플이 일본(도시바), 중국(홍하이) 모두와 손을 잡을 경우, 애플의 중요한 낸드플래시 공급처인 한국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가 중국측으로 넘어간다면 국내 반도체 회사들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역시 중국쪽에만 넘어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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