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를 연달아 강타하고 있는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 ‘어마’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미국인 노부부의 이야기가 화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전역이 허리케인 하비에 이어 어마의 플로리다 상륙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하비와 어마라는 이름을 가진 부부가 실존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워싱턴 주 출신인 하비와 어마 슐러터 부부는 올 3월에 결혼 75주년을 맞았다. 하비는 7월에 104세를 맞았고 어마는 11월에 94세가 된다. 어마 여사는 최근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 비행기를 봤던 날부터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하던 날의 날씨 등 주마등같이 지난 1세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어마는 그들과 똑같은 이름의 허리케인이 미국을 위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허리케인이 어떻게 하비와 어마란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허리케인의 이름은 세계기상기구(WMO)가 정한다. 1979년 이전에는 여성처럼 나약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여성 이름만 사용했는데, 남녀 차별이라는 여권의 지적에 따라 1979년부터는 남녀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게 됐다. WMO는 A부터 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6쌍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이 목록에 따라 순차적으로 허리케인에 이름을 붙인다. 그러다보니 6년마다 같은 이름이 사용된다. 단 대서양 북부에서는 Q, U, X, Y, Z는 사용하지 않고, 태평양 북동부에서는 Q와 U를 쓰지 않는다. WMO는 2015년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허리케인 관련 회의에서 북동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에 붙이는 이름 목록에서 고대 이집트 여신의 이름인 ‘이시스(ISIS)’는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약자 중 하나인 ‘ISIS’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큰 피해를 낸 허리케인의 이름은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멕시코에서 맹위를 떨치며 11명의 희생자를 낸 허리케인 ‘오딜(Odile)’은 2020년 허리케인 명단에서 ‘오달리스(Odalys)’로 대체됐다.
지난달 25일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의 이름은 1981년 처음 사용됐으며, 하비와 쌍을 이뤘던 ‘아이린(Irene)’은 카리브해와 동부 해안의 많은 도시를 초토화시켜 허리케인 명단에서 퇴출됐다.
NYT는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의 위력을 감안할 때 이 두 개의 이름도 곧 허리케인 명단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하비와 어마 슐러터 부부는 1940년 육군에 근무하던 하비가 동생 집에 놀러갔다가 처음 만났고, 장거리 연애 끝에 1942년 결혼에 골인했다. 대가족에서 자란 부부는 둘 만의 결혼 생활이 적적하던 차에 심신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기로 결심, 수많은 아이들의 양부모가 되어줬다. 올 3월 결혼 75주년에는 장성한 120명의 아이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어마 여사는 올들어 유독 잦았던 자연 재해들에 대해 “정말 슬프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