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수뇌부가 연일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이자 경제팀 경제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시기상조라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번 세법개정안에 이어 보유세 인상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여당인 민주당 수뇌부에서는 잇따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하루 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 확산 우려가 있다면 언제든 즉각 대처하겠다”며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과 부동산 다소유자 추가 제재 등을 꺼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추미애 대표도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헨리 조지의 ‘지대론’을 거론하며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한발 더 나가 “부동산 보유세 문제에 대해 기재부에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여당 수뇌부의 보유세 인상 발언과 달리 정부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유세 인상 방안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보유세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아직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세제실 측도 같은 입장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기재부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고소득자의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건들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은 시점의 문제이지 어느 순간에 전격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이 보유세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청와대가 거들 땐 명목세율 인상과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법개정안 과정에서 명목세율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수차례 표명했지만, 여당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김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라고 밝힌 발언의 행간도 일부 가능성을 남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