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6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깨끗한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좋은 부분이지만, 이로 인해 얻는 기회 비용과 저하되는 생산성에 대한 기회 비용은 격차가 크다는 설명이다.
“당초부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데 이들이 겪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학계를 일례로 들면 교수들이 세미나를 참여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한다. 입증 자료를 일일이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참여를 막으면서 지식 연결 네트워크를 끊어 버린다.”
김 소장은 김영란법 가액 조정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대다수 사람이 불편한 건 액수가 아닌 절차와 제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카이스트 교수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제출 서류를 작성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하소연한 경우가 있다. 출장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고, 받는 강의료는 얼마고 하는 세세한 부분을 다 작성했다고 한다. ‘10만 원 받는 세미나에 이렇게까지 할 바에는 참여하기 싫다, 그냥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교수도 비리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얻는 좋은 점보다는 상실되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높다. 가액을 15만 원이든 30만 원이든 별 의미가 없다. 시간의 손실과 소통의 단절을 막아야 한다.”
그는 김영란법이 당초 취지를 놓친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정작 중요한 건 권력 상층부의 비리를 잡는 것인데, 밑의 저변만 들들 볶는 모습이 됐다. 적용 대상 범위를 좁혀서 비위에 접할 가능성이 높은 공직이나 권력 상층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많은 업종의 사람들을 모두 끌고 들어오니 상실되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 축산 및 화훼 농가를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김영란법인가’라고 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거액의 돈이 오가는 사회지도층은 핀셋 규제를 해야 한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부정적인 효과를 끊고 사회적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