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인류 문명의 혁신을 가져온 헨리 포드는 그 비결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결정했다면 아마 말(Horse)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품종 개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말보다 더 빠른 탈 것이었기에 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한 사람의 얘기를 더 들어 보자.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서 보여 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개발해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룬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얼핏 들으면 이런 모순이 없다.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소비자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사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 고등학생에게 어떤 겨울 외투가 좋으냐고 직접 물어보면 ‘싸고 따뜻한 옷’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학생이 사는 것은 유명상표가 붙은 옷이다. 외국에서는 프로 산악인들이 히말라야에 오를 때나 입는 등산복을 한국 학생들은 교복처럼 입고 학교에 간다.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은 관찰과 통찰력이다. 신중하고 폭넓은 관찰을 통해 찾아낸 실마리를 다양한 인문학적인 관점을 동반한 통찰력으로 분석해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욕구를 반영한 제품을 시장에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나는 그 아이디어를 링커(linker), 즉 ‘연결고리’라고 부르고 있다.
헨리 포드의 링커는 조립 생산라인이었다. 그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생산 방식을 단순 분업화하고, 노동력을 과학적으로 관리했다. 그 결과, 생산비용을 크게 낮춰 노동자도 조금 무리하면 살 수 있는 양산형 자동차 ‘포드 모델 T’를 내놓았다. 그 전까지 자동차는 부유층이나 즐기는 사치품이었지만, 이제 자동차가 없는 인간의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링커는 바로 앱스토어이다. 스마트폰은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컴퓨터이다. 그러나 개발 초기에는 프로그램 공급에 한계가 있었고 사람들은 곧 싫증을 느꼈다. 얼리어답터들의 비싼 장난감으로 전락하려던 순간,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인류의 역사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IoT)을 골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이 그 시초이다.
헨리 포드와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없던 신기술을 개발했는가? 아니다.
T포드 조립 생산라인의 핵심인 컨베이어벨트는 도축장의 시스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앱스토어의 원조는 말할 것도 없이 벼룩시장이다. 이미 나와 있는 기술들을 연결하고 융합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는 것은 예전보다 좀 쉬워졌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해서 비교적 정확한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링커는 여전히 인간이 직접 찾아내야 한다. 같은 실마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더 좋은 링커를 찾아내는 사람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좋은 링커를 잘 찾아내는 인재들을 다수 등용한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즉,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그런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공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작금의 주입식 교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