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
25일 오후 3시27분께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재판장인 김진동(49·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가 형량을 알리는 주문(主文)을 읽자, 이 부회장의 표정은 굳었다. 그러나 금새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 부회장은 선고가 끝난 뒤에도 법정을 나서지 않고 10초간 서있었다. 이후 침착한 표정으로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로 향했다.
선고 공판은 이날 오후 2시30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여느 때와 같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 차림이었다. A4용지 크기의 노란색 서류 봉투를 왼손에 쥔 채였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 재판부에 목례를 한 뒤 피고인석에 앉기 전 한 차례 더 목례를 했다. 그의 옆에는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 삼성 전직 임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를 읽기 시작하자 이 부회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침을 삼키며 종이컵에 든 물을 한 차례 마셨다. 중간중간 방청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하는 동안 이 부회장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앞만 바라봤다. 주머니 속에서 립밤을 꺼내 바르거나 수차례 물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자 다소 당황한 듯했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재판부로 돌렸다. 선고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도 재판부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자 당황했다.
오후 2시30분에 시작한 선고는 3시28분까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 계속 수감된다. 최 전 실장과 장충기(63) 전 미전실 차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날 대법정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송관계인과 취재진, 방청객 등은 오후 1시37분께 법정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섰다. 법정은 재판 시작 10분 전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박관천 전 경정도 특검·검찰 측에 할당된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법원 주변에 10개 중대 경찰 800여 명을 배치했다. 이날 오전부터
법원종합청사 주변에서는 각각 이 부회장의 구속과 석방을 외치는 단체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법원삼거리 인도에서 '이재용을 엄중 처벌하라!'는 피켓을 들고 이 부회장의 처벌을 요구했다. 반대쪽 인도에서는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가 '진짜 정권 희생양 이재용'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집회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