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퍼지고 있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국민의당은 2월에 이어 국회선진화법 개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22일 “적대적 양당제의 산물인 국회선진화법은 개정돼야 한다”며 “다당제 현실에 맞게 단순과반으로 고치고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3일 “환영하고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0대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이다. 어느 당도 단독으로는 안건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안건 처리 기준을 낮춰야만 원활한 국정운영을 추진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개정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면 민주당은 과반의 힘을 가지게 된다”며 개정 작업에 반기를 들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지금 법 개정은 여당과 이에 동조하는 특정 정당만이 의회 운영을 독점해 의회정치의 혼란과 후퇴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5월부터 적용된 국회선진화법은 다수 의석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던 관행을 깨고자 만든 법이다. 법안의 통과 문턱을 의석수의 60%(180석) 이상으로 높인 게 골자인데, 입법 취지와 달리 역작용이 일고 있다. 주요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 발이 묶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 국회’는 막았으나 ‘식물 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를 둘러싼 각 당의 입장은 뒤바뀌었다. 야당일 때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반대했던 민주당은 여당이 된 뒤 개정 논의 쪽으로 선회했다. 반면 여당 시절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의 원인이라며 개정을 추진했던 보수야당은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