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며 설비 예비율을 낮춘 것에 대해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5일 “발전소 설비 예비율을 낮출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될 경우, 전력 공급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예비율을 오히려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의 초안을 만드는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2030년 적정 설비 예비율을 20∼22%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7차 수급계획의 적정 예비율(22%)보다 최대 2% 낮아진 것으로 원전 2기 만큼의 설비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마다 향후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전력 설비, 전원 믹스 등을 결정하는 것으로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예전에는 통상 적정예비율을 15% 수준으로 인식해 왔지만 정부는 5차 전력수급계획에서부터 20%대의 예비율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과소 예비력으로 인한 전국 단위 블랙아웃 등 취약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대부분의 선진국은 설비 예비율(신재생에너지 제외)이 2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온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설비 예비율이 120%가 넘는다. 이를 제외한 설비 예비율이 2014년 기준 32%이다.
학회 측은 “신재생 확대를 지속적으로 높여온 독일이 화력 발전을 계속 확대하는 이유는 ‘간헐성(間歇性) 발전’인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 백업(Back-up) 전원이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전력 설비 예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1월 24일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몰렸다. 흐린 날씨에 바람 없는 날이 지속되는 등 예상치 못한 기상 영향으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갑자기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학회는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교해 전력예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주변국에서 전력 수입이 안 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오히려 예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목표대로 2030년 신재생 발전량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45GWe 이상의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를 반영한 실제 설비 예비율은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해 원전 해체에 따른 전력 부족분을 해결할 것”이라며 “설비 예비율을 낮추고 전력 수요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선진국 추세”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