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은 제조업계의 신진대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로 생긴 기업과 사라진 기업의 비율을 나타내는 신생률과 소멸률이 모두 하락하면서 제조업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4일 발표한 ‘국내 제조업의 신진대사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신생기업의 비율이 최근 5년간 5%포인트 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론, 전체 활동하는 기업에서 새로 생겨난 기업의 비율인 제조업 신생률이 2006∼2010년 사이에는 연평균 18.1%를 기록했지만, 2011∼2015년에는 연평균 14.9%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에 소멸률도 11.7%에서 10.1%로 낮아졌다.
신생률과 소멸률을 합친 교체율은 2011∼2015년 기준으로 연평균 25.0%를 기록, 독일(53.8%)이나, 미국(46.9%)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제조업계 신진대사가 줄어드는 것은 곧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2000년 이후 새로 생긴 국내 제조업체 중 올해 기준으로 포브스 ‘글로벌 2000순위’에 진입한 기업은 2개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22개)이나 일본(11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아울러 세계 최초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도 줄어들었다. 2009∼2011년에는 지난 3년간 세계 최초인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다는 기업의 응답률이 5.0%였지만 2013∼2015년에는 3.2%로 줄었다.
제조업계 활력 저하는 기존 업체의 사업구조 재편 둔화와 수익저하로 이어졌다. 포브스 글로벌 500에 속한 8개 한국 제조업체 중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로 만들거나 철수한 사업부문은 4개였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체는 21개사·29개 사업부문이, 일본은 20개사·43개 사업부문이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사업부문별 영업이익률이 5% 이하인 사업부문의 비중이 67%나 됐고 15% 이하인 비중도 96%였다. 반면 미국은 5% 이하가 32%, 15% 이하는 54%에 그쳤다.
이와 관련,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은 신진대사 활동이 저하되고 있어 저수익 체질이 고착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제조업 고도화를 목표로 산업 신진대사 활동 별로 전반적인 정책 점검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체들도 사업재편과 사내벤처 및 사업분할, M&A 활성화를 통해 고부가의 제조업으로 재편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