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뉴욕에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갤럭시노트8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둔 국내 분위기는 어둡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노트8 출시는 지난 1년 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에 휘말린 삼성에게 결정적인 순간이 되겠지만 이 부회장의 스캔들로 집안 상황은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
FT는 새롭게 공개된 노트8이 이전 제품보다 더 큰 화면과 정교함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음성인식 기능 ‘빅스비’도 향상됐다고 전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시장 확대를 확신했다며 노트8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고동진 사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말하지만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노트8의 큰 화면과 펜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노트7 발화 사건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케팅 그룹 플루언트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 중 63%는 노트7 사건이 유사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CSS인사이트는 보고서에서“많은 수의 노트 시리즈 장기 이용자가 신제품 출시를 기다려 왔다”고 밝혔다.
김종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3분기에 노트8를 350만 대 출하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750만 대를 출하할 것으로 추정했다.
FT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지난 분기 9억9000만 달러(약 1조1163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애플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지켰을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을 능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집안 사정은 좋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제공 혐의로 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FT는 이를 “세기의 재판”이라면서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인 이 부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12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지난해 발생한 노트7 발화 사건이 속도 중심 업무, 공급업체에 대한 압박, 잘못된 것을 말하기 꺼리는 문화 탓이라고 분석했다.“직원 중 상당수는 그러한 사건이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며 “삼성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트8의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출시와 함께 광범위한 기업 문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