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22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네이버 주식 11만 주를 매각했다. 주당 매각 단가는 74만3990원으로 총 818억3890만원 규모다. 이로써 이 전 의장의 지분은 4.74%에서 4.31%로 줄었다.
당초 이 전 의장은 21일 종가(78만1000원) 대비 2.3%의 할인율이 적용된 76만3037원에 블록딜을 시도했으나, 할인율 문제로 불발됐고, 거래가격이 낮춰진 74만3990원선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11만 주 물량은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이 5조 원을 넘어서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동일인을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해야 한다. 이 전 의장이 동일인(총수)에 지정되면 회사 잘못에 자신이 기소될 수 있고 총수 사익 편취 금지와 같은 규제를 받는 등 법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전 의장이 네이버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전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여부와 관련해 ‘기업에 실질적 영향력 행사 여부’의 기준으로 총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가 포스코나 KT와 같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에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이 전 의장은 지난 15일 공정위를 직접 찾아 지분율 상 1대주주가 아니며, 주주 신임을 받은 전문 경영인이라는 입장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은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재벌그룹들과는 지배구조가 다르다”며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 조차도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