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가 되면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식당에는 ‘밀즈 레디(meals ready)’라는 간판이 내걸리기 시작한다. 흰 셔츠에 하얀 천을 치마처럼 둘러 입은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밀즈는 우리나라의 백반과 비슷한 것으로 바나나 잎에 밥과 커리, 그리고 디저트까지 함께 차려지는, 남인도의 서민들이 주로 먹는 식사이다. 식당 안에서 바나나 잎에 차려진 소박한 음식을 손으로 먹으면 현지인들과 말을 하지 않아도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케랄라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갔던 커피 가게 사장님, 숙소 직원들, 옷을 지어준 재봉사, 요가센터 선생님 그리고 시장을 오가며 만났던 상인들까지, 한 달 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날 때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렇게 낯선 여행지에서 타인과 소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 인도이다. 내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면 그들은 커다란 웃음으로 특유의 고갯짓을 하며 유쾌하게 응대를 해준다. 이러한 즐거움이 15년 동안 나를 인도로 향하게 했다. 인도 거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쾌활함, 그것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그저 낯선 곳에 온 여행자를 보살펴 주는 정 같은 것이었고, 인도에 갈 때마다 느끼는 따뜻함이었다.
나는 ‘인도의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케랄라에서 요가와 아름다운 해변, 음식 그리고 현지인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서 소통하고 힐링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0년 넘게 인도를 여행하고 있지만, 매년 휴가지로 인도를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