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년, 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중 수교 첫해인 1992년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 규모는 2016년 2113억9000만 달러(수출 1244억3000만 달러, 수입 869억6000만 달러)로 약 33배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교역 규모가 4.2배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가히 폭발적 성장세다.
하지만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對)중국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6.3%,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32.3%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5년간 한국의 대중국 상품 교역 증가율은 연평균 5.7%로 과거 10년 평균 증가율(7.0%)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의 체감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 이번 사드 보복 사태의 대표적 피해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6.7% 감소한 총 7만1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가 28.6% 감소한 5만15대를 팔았고, 기아차는 무려 절반 이상이 줄은 2만2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뿐만 아니라 상반기 내내 이어진 판매 부진으로 현대·기아차는 1~7월 누적 판매량은 50만964대로 전년 대비 45.5%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급증세를 보였던 인적 교류도 사드 문제로 올 들어 급감하는 양상이다. 1992년 방한 중국인 수는 전체 방한 외국인의 약 2.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46.8%로 방한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후 방한 중국인 수는 올해 상반기 누적 22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1% 감소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에 대한 여행수지 흑자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연구소는 중국인 여행객이 30% 줄면 관광수입이 약 56억 달러 감소하며 국내총생산(GDP)이 0.4% 축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공장이자 시장이기도 한 중국을 놓칠 수 없다고 기업들은 말한다. ‘포스트 차이나’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중국 시장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시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의 대중 교역 및 투자 의존도가 일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여기에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간 경제교류가 경색되고 있으나 양국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