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치적 이슈와는 거리를 둬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와 관련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CEO들이 잇따라 트럼프 자문단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결국 트럼프는 아예 기업 자문위원회 3개를 해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가 고질적인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를 심화시키자 많은 CEO들이 미국 사회가 분열돼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마침내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리더십 연구 담당 수석 부학장은 “역사적으로 CEO들과 정부의 이런 반목은 없었다”고 말했다. 델라웨어대의 찰스 엘슨 교수도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전으로 얼룩졌던 리처드 닉슨 시대에도 이렇게 CEO들이 들고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CEO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무엇이든 이를 표현할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며 “개인적 의견이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CEO들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야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EO들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건 트럼프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NYT는 트럼프가 촉발한 사회 불안이 1960년대 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냈던 인종 폭동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기업 지도자들의 집단행동은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소넨필드 부학장은 “인종간의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은 물론 기업 이익에도 절대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진영을 분열시켜 정복하는 것은 트럼프가 항상 구사하던 전략이고 지금까지는 일부 효과도 본 것 같다. 이런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은 집단행동밖에 없다”고 CEO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는 트럼프 자문단에 합류했다가 연초 소비자들의 보이콧 운동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으나 지난주 과감히 자문단에서 사퇴하면서 이런 역풍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고 NYT는 전했다. 소넨필드는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골칫거리에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브랜드를 강화시킬 수 있다”며 “이런 저항이 주주 이익과 불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슐츠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등에 대립각을 세우는 등 끊임없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