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위한 VR, 하지만 누군가에겐 등불입니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에 참여한 임직원 3명이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Relumino)’를 20일 공개했다. 릴루미노는 ‘빛을 되돌려준다’는 뜻의 라틴어로, 이 조직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은 기어 VR에 장착된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영상을 변환 처리해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준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배경은 조정훈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리더(CL)가 신문 기사에서 시각 장애인 여가 활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발단이 됐다.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92%가 여가 활동으로 TV를 시청하며, 시각장애인 10명 중 8명 이상은 빛과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저시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CL은 삼성전자 C랩에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선정돼 팀을 꾸린지 3개월 만에 시제품이 탄생됐다. 릴루미노의 애플리케이션과 기어VR은 1000만 원이 넘는 기존 시각보조기기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개발자들은 시제품을 한빛맹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필드테스트를 거치고, 올 1월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팀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최대 교정 시력이 0.1 수준이었던 시각장애인들을 릴루미노를 통해 0.8과 0.9 사이로 개선시켰다.
C랩 과제가 원칙적으로 1년 후 종료되지만, 릴루미노는 이례적으로 1년 더 후속 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릴루미노팀은 VR에서 더 발전된 안경형태의 제품을 개발해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IoT, 웨어러블, VR과 같은 IT 분야뿐 아니라 ‘릴루미노’와 같은 사회공헌 과제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제까지 총 180개 과제를 수행했고, 750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또 2015년부터는 C랩 과제 중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해 임직원들이 독립해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C랩이 완료시킨 136개 과제 중 45%가량은 삼성전자의 제품 혁신 등을 위해 활용하고 있으며, 18%(25개) 정도는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C랩을 총괄하는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상무는 “C랩의 내부 목표는 '실패율 90%에 도전한다'는 것”이라며 “10명이 도전해서 9명이 실패할 만한 획기적이고 어려운 과제를 발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스타트업으로 독립하게 되면 삼성전자로부터 최대 10억 원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독립한 스타트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20~25%가량 된다. C랩에서 개발한 기술 라이센스는 삼성전자가 가지고, 이를 스타트업에 유상으로 대여한다.
이 상무는 C랩의 목표에 대해 “삼성전자가 스핀오프한 회사를 다시 고비용으로 되살 수 있을 정도로 키워나가는 것”이라며 “그런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회사도 열심히 지원하고 있고 C랩에 참여하는 직원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