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인플루엔자)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친환경 인증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산란계 농장에 대한 살충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일각에서 조사 자체부터가 부실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급 계란(동물복지유정란)을 판매하는 식품업체들은 정부 조사의 적합 판정뿐만 아니라 자체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7일 풀무원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풀무원 달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수 조사결과 적합 판정 증명서를 받았다”며 “자체 기술 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도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 상하농원 관계자 역시 “원재료, 완제품, 출하 전 자체 검사도 하고 있어 이상없다"
며 “정부로부터 문제 없다는 결과를 받아 정상 판매 중이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정부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살충제 성분 검출 농장에서 생산되는 알짜란, 건강한 계란, 새벽란 제품은 모두 유통에서 철수하거나 전량 폐기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법적 기준에 맞춰서 정기적인 검사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사주기 및 자체 분석 시행 등 품질안전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다른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정부의 적합 판정을 받았고, 정부의 지침에 맞춰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오전 전수검사 대상 1239개 중 876개(친환경 농가 683개ㆍ일반 농가 193개) 농가를 검사한 결과, 일반 농가와 친환경 농가를 포함해 총 66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62곳은 친환경 농가였으며, 살충제 성분이 과다 검출돼 ‘친환경’ 마크를 뗀 채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27곳이었다.
정부는 문제의 27개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은 전량 폐기 처분하지만, 나머지 35곳에 대해서는 판매를 허용한다.
이를 두고 살충제가 허용 기준치 이내라 해도 ‘친환경 인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충제 성분을 사용한 농장주들이 과연 정부의 생각대로 친환경 마크를 떼고 정직하게 달걀을 유통하겠냐는 의심에서다. 명단 공개시까지 소비자들이 여전히 친환경 인증을 허위 표시한 달걀을 구입할 가능성도 있다.
주부 황혜은(39) 씨는 “아이 먹일 생각으로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도 친환경 마크 제품에 관심을 가졌는데 앞으로는 뭘 믿고 식재료를 구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정부든 식품업체든 식품안전관리에 신경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제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비판도 거세다. 현재 친환경 인증권한은 민간업체가 갖고 있다. 정부는 농ㆍ축산물 관련 민간업체 60여 곳에 친환경 인증 여부 권한을 주는 대신 인증 신청 및 절차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수수료를 받는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많이 부여할수록 수익이 커져 인증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