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77. 이옥재(李玉齋)

입력 2017-08-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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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부부시집 남긴 여성 문인

▲ 부부시집 ‘안동세고’의 표지.
▲ 부부시집 ‘안동세고’의 표지.

이옥재(李玉齋·1643~1690)는 우리나라 고전문학사상 유일하게 부부 시집을 남긴 여성 문인이다. 남편은 김성달(金盛達·1642~1696), 부부시집 제목은 ‘안동세고(安東世稿)’이다. 이옥재는 조선 중기 명문장가 월사 이정구(1564~1635)의 증손녀로 교육받고 자라나, 병자호란 당시의 충절지사 선원 김상용(1561~1637)의 증손부로 살아가면서, 두 가문의 위상과 정신사에 걸맞은 유교적 부덕을 실천한 17세기의 대표적 사대부가 여성이다.

이옥재는 충남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 어촌에 살며 48세로 운명하기까지, 남편과 서로 신뢰하고 권면하며 화락한 부부 금슬을 가졌다. 이들 부부의 한평생은 ‘신뢰와 사랑’ 그 자체였다. 그 사랑의 훈육으로 5남 4녀의 자녀 모두가 문학가로 성장하여 한시 작품을 남겼다. 자녀 가운데 여덟째가 바로 조선 최고의 여성 지식인 김호연재(金浩然齋·1681~1722)이다.

‘안동세고’에는 이옥재와 김성달이 주고받은 한시 249수가 실려 있다. 이옥재의 시 71수, 김성달의 시 177수, 이옥재의 친정아버지 이홍상의 시 1수로 되어 있다. ‘안동세고’는 이옥재의 큰아들 김시택(1678~1718)이 1703년 부모의 유고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하여 어머니 이옥재의 시는 시제가 ‘원운(元韻)’, ‘차운(次韻)’, ‘원시(元詩)’, ‘원작(元作)’, ‘내시(內詩)’ 등으로 되어 있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읊은 경우에는 ‘공음(共吟)’, ‘공부(共賦)’, ‘여내공부(與內共賦)’, ‘내외공음(內外共吟)’, ‘내외공부(內外共賦)’ 등으로 시의 제목을 붙였다. 이러한 시제의 특징은 부부가 제목을 정해 놓고 시를 지은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었다는 것이다. 삶이 시요, 시가 삶의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옥재는 남편 김성달과 ‘죽어서 저승에 가서도 다시 부부가 되겠노라’는 시를 써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뢰와 사랑의 시어를 주고받았다. 우리나라 역대 문학사에서 부부가 시를 주고받은 사례가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작품수의 규모와 단독시집 형태라는 점에서 이옥재 부부의 사례가 독보적이다. 이옥재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70여 편의 시에서 건강한 가족 간의 사랑과 그리움, 한 인간 존재의 서정적 자아에 몰입된 심상을 표현해 내었다. 일반적 여성 한시에서 볼 수 있는 이별과 고독을 원망하는 ‘규원류(閨怨類)’, 애정의 결핍과 가난 등 박복한 여인의 한탄과 시름을 읊은 ‘탄식류(歎息類)’는 없다.

일찍이 실학자 이규경(李圭景·1788~1856)은 ‘시가점등(詩家點燈)’에서 이옥재 문학가족의 역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일[鴨東古今未曾有]”이라고 대서특필하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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