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노동조합원도 참여하는 가칭 ‘성과보수체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이달 하순경 출범시킨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하나은행 사측은 노조와 관련 업무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하나은행 경영진이 더 이상 인사 및 보수체제 통합 작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옛 외환은행과의 합병 당시 ‘리딩뱅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못 미치는 시너지 효과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간 1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3위권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며 “우리은행조차 내년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실적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자 ‘빅3’ 뱅크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하나은행 내부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하나은행 노조가 제기한 특별근로감독 신청은 주무기관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보름 만에 노사가 원만히 해결하기로 큰 틀에서 최종 합의했다.
따라서 앞으로 양행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노사 간의 원만한 대화를 위해 사측은 하나은행 통합노조가 일관되게 반대해온 성과연봉제에 대한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나은행 노조는 임금 수준이 높은 옛 외환은행 보수체계와 직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옛 하나은행 승진체계 등 양자의 유리한 점만 결합시키자고 요구하고 있어 사측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은 이럴 경우 추가 직급 수당에 급여 상승분까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지출이 크게 늘어 영업실적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만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매다 4분기는 국내 은행의 실적이 주춤하는 시즌이다. 통상 신년 경영전략에 따라 연초부터 3분기까지 공격적인 영업을 펴다가 4분기에는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한 해 영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보수적 영업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들도 실적이 주춤한 연말 이전까지 인사·보수 제도를 통일해 추가 인건비 지출 등 판관비 출혈을 연내에 끝낸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기에 금융 환경이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내년부터는 양행 통합에 따른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야 신한·국민·우리은행 등 타 시중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는 절박함도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