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오르던 코스피가 ‘북·미 리스크’로 단번에 무너졌다. 북한의 연이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발표에도 코스피는 지난달 24일 사상 최고치(2451.5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이달 들어 북한의 괌 포위사격 선언과 미국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오가자 보름 만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한반도 8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자, 지정학적 리스크 재점화에 따른 불안감이 투자 심리에 즉각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 리스크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외국인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858억 원을 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틀간 5400억 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장 중 한때 2339.0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장 막판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며 코스피 지수의 낙폭은 줄였지만, 결과적으로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11일에도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36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힘겹게 시작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도 이끌었다. 이날 오전 9시 5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9원 오른 1144.9원을 기록 중이다. 밤사이 상승했던 역외환율을 반영해 1145.2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개장초 1145.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1148.9원 이후 한달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이틀 동안 16.9원이나 급등했었다.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면서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고채 금리의 상승은 채권시장 약세를 의미한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는 각각 전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씩 오른 1.822%와 2.026%에 거래 중이다. 앞서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지난 9일 1.833%까지 오르며 2015년 5월 이후 2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리스크로 한국의 신용위험 지표는 1년2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9일(미국 현지시간) 62.74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57.32bp보다 약 5bp 오른 수치로, 지난해 6월 27일(64.33) 이후 약 14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이번 북미 리스크에 대한 영향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특히 ICBM을 통한 북한 핵능력의 부각과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 리스크에 따른 코스피의 하락세가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조정 요인으로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재점화을 비롯해 외국인의 IT종목 투매, 원화 약세 및 환율 변동성 확대 등 3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8월 국내증시 투자 시계를 제약하는 부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북한리스크의 경우 트럼프의 설전이 만들어낸 단기 노이즈 성격이 우세한 만큼 현 긴장상태가 무력충돌로 비화될 여지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