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자동화로 제조 효율성 높아져
선진국 기업들 생산라인 본국 유턴
노동집약형 개발도상국엔 ‘직격탄’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달이 제조업의 효율성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고조되고 있지만 빈민국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국 씨티그룹과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사회과학 분야 연구소인 마틴스쿨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로봇 발달로 인한 조기 탈(脫)산업화(deindustrialisation) 리스크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에티오피아와 네팔,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과테말라는 로봇 발달로 인한 산업공동화 리스크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마틴스쿨의 칼 베데딕트 프레이 교수는 “국가의 소득 수준과 자동화에 대한 민감성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동시에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즉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작을 수록 경제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로봇 발달로 인해 이 나라에 있는 전체 일자리의 85%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자동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69%가 자동화에 대한 영향권에 들게 되고, 중국은 77%에 달했다. 반면 미국은 전체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비중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7%였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이른바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씨티그룹과 옥스포드대학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일자리 감소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소득 국가 대부분 선진국보다 농업 제조업 같은 노동집약적인 1,2차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값싼 노동력이 이들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다면 값싼 노동력이란 이들 국가의 강점도 사라지게 된다. 물론 당장 로봇이 이들 개발도상국의 강점을 대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미 3D프린팅 등 기술의 개발로 인해 상당수 제조업체가 생산 라인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나 본국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기술 발달의 수혜는 선진국에만 돌아가게 되고, 개발도상국은 피해를 입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이 기술 발달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이들 국가가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